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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CO2 배출 선진국에 2배 허용” 개도국 분노 폭발

등록 2009-12-09 20:43수정 2009-12-09 23:30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이 표면화된 8일(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 벨라센터에서 아이티 대표단 여성이 피곤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코펜하겐/AFP 연합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이 표면화된 8일(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 벨라센터에서 아이티 대표단 여성이 피곤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코펜하겐/AFP 연합
코펜하겐 기후회의 이틀째
주최국 덴마크 등 선진국들 합의문 초안 유출
개도국 감축의무 명시·UN역할 약화 등 노려
131개국 모임 “불공정 타협안에 서명 안할것”
‘포스트 교토협약’을 마련하기 위해 소집된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8일(현지시각) ‘시한폭탄’으로 예고됐던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주최국 덴마크가 협상 기초 시안으로 마련한 이른바 ‘덴마크초안’이 유출되며 개도국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과 브라질이 선진국들의 미진한 감축 목표와 인색한 후진국 지원을 강하게 비판하며 선봉에 섰고, 131개 개도국 모임인 ‘77그룹’(G77)도 “이번 초안은 코펜하겐 협상의 성공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라고 날을 세웠다.

덴마크가 중심이 돼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이 참여한 가운데 비밀리에 지난달 27일 작성돼 일부 선진국들에만 회람된 것으로 알려진 이 초안은 9쪽짜리 초안 대강과 4쪽의 부속문서로 되어 있다. 다음주 정상회의에서 “정치적으로 구속력을 갖는 협상”을 위해 제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등이 이를 입수해 공개하면서 논의 과정과 초안 내용에 대해 개도국들의 묵은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가디언>은 이 초안의 문제점으로 △교토협약에는 없었던 개도국에 대한 감축의무를 명시하고 있고, △ ‘최고 취약국가’ 구분을 만들어 개도국 범주를 세분화했으며, △개도국 지원의 녹색기금을 유엔이 아닌 세계은행이 주도하게 해 기후변화재정 관리에서 유엔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선진국의 1인당 이산화배출 허용량을 2.67t으로 해 개도국(1.44t)의 거의 두배로 해놓은 것 등을 지적했다.

중국의 수웨이 기후변화 협상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선진국의 감축목표는 과학패널이 제시한 1990년 대비 25~40% 감축에 훨씬 못미치는 터무니없는 목표이며, “1년에 100억달러 지원도 전세계 인구로 따지면 1인당 2달러도 안돼 커피 한잔도 사마실 돈이 못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감축안은 1990년에 대비해 3%에 불과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고, 유럽연합도 20% 감축안을 내놓았을 뿐이고, 일본도 25%를 제시하면서 불가능한 조건을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의 협상대표는 2020년 중기적 목표에 대한 합의없이 2050년 장기적 목표만 합의하는 협약에는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31개 개도국 모임인 ‘77그룹’ 의장국인 수단의 루뭄바 스타니스라스 디아 핑 대표는 “77그룹은 회의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세계 인구의 80%를 더욱 큰 고통과 불의로 몰아넣는 불공정 타협안에는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개도국 출신 외교관은 “미국 등 힘센 나라들을 위한 비밀협약이자 유엔의 논의과정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보 데보어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과 코니 헤데가르트 총회 의장은 이 초안이 협의를 위해 작성된 비공식 문서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초안 폭로를 계기로 폭발한 개도국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펜하겐회의 초반부터 ‘폭탄’이 터진 셈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탄소 배출 주범의 하나로 꼽히는 자동차들을 실은 트럭이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배닝 근처 도로에서 풍력발전소 옆을 지나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날 지난 10년간 지구의 기온이 1850년 기후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배닝/AFP 연합뉴스
탄소 배출 주범의 하나로 꼽히는 자동차들을 실은 트럭이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배닝 근처 도로에서 풍력발전소 옆을 지나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날 지난 10년간 지구의 기온이 1850년 기후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배닝/AFP 연합뉴스

■ 코펜하겐 통신

‘대재앙 경고’ 보고서 잇달아 발표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총회 기간에 맞춰 기후변화의 위협을 경고하는 보고서들이 잇달아 발표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8일(현지시각) 코펜하겐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10년간 지구의 기온은 기후통계 작성이 시작된 1850년 이래 가장 높았고, 올해는 사상 5번째로 기온이 높은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상기구는 지난달 23일 지난해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상기구는 1750년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38% 증가했으며,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는 63.5% 증가했다고 경고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해 2000만명이 환경재난 때문에 기후난민이 됐고, 40년 뒤에는 2500만명에서 최대 10억명까지 집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이날 발표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주민들이 인구가 밀집한 도시로 밀려들면서 환경적 재앙으로 고통받는 빈국들에게 이중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년간 자연재해는 배 이상 늘었고, 수질 오염 등으로 더욱 많은 지역이 인간이 거주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은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이나 콜롬비아 보고타,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등에선 이주 난민들 때문에 식품값과 주거비가 폭등해 기존 주민들과 이주민들 간의 갈등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 작성을 지원한 록펠러재단은 기후난민으로 인한 위험지역으로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대부분의 중미 국가, 서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을 꼽았다.

한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최근 전자우편 해킹으로 문제가 된 기후변화 자료 왜곡에 대한 파문과 관련해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한 것이라는 유엔의 관점을 바꿔놓을 일은 없다”며 전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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