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설 60돌을 맞은 유엔 정상회의가 전세계 150여개 나라 정상들이 참가한 가운데 14일(현지시각) 뉴욕에서 개막했다.
앞서 13일 유엔 총회 대표단은 격렬한 진통 끝에 191개 회원국 정상들이 서명할 유엔 정상회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세계 빈곤 퇴치와 인권 개선, 유엔 개혁, 테러 방지 등 여러 과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민감한 쟁점들은 대부분 비켜가 알맹이 빠진 선언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대 쟁점인 군비축소와 핵 비확산 문제는 아예 생략됐다. 선언문 채택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이 점은 정말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상들은 현 인권위원회를 대체할 새 인권 기구를 신설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로 출범시점과 기능, 규모 등의 기준은 마련하지 못했다. 아랍과 서방 국가들이 대립했던 테러리즘 정의에 대해서도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을 비난한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이 사용됐다. 몇 달 동안 논란을 거듭했던 유엔 개혁에 대해서는 감사와 조사를 약속했지만 사무총장의 권한 강화 등은 합의하지 못했다.
회원국들은 이밖에 전쟁을 겪은 국가들을 지원하고 민간인 학살과 전쟁범죄를 금지하기 위한 평화구축위원회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그동안 학살 저지를 위한 군사 개입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계획인 밀레니엄 개발목표는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박민희 기자, 외신종합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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