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허용’ 논의도 중단…낡은 사고방식 여전히 위력
“남자냐, 여자냐.”
이런 전근대적 구분법은 많은 국가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국왕의 후계자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0일 여왕과 여계왕(여왕의 자녀 출신 왕) 인정을 뼈대로 하는 일왕 왕실전범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정부 관계자 말을 따 보도했다. 이는 일왕의 둘째 며느리 기코가 임신해 1965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왕실에서 남자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생겨나자 보수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범 개정 신중론이 잇따라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9~10월 출산 예정인 기코가 남자아이를 낳을 경우, 왕세자의 외동딸 아키코 공주에 의한 여왕 탄생은 물건너간다. 현행 왕실전범은 왕위 계승에 대해 ‘왕통에 속하는 남자계 남자의 왕족으로 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새로 태어나는 남자아이는 왕세자와 아버지 아키시노노미야에 이어 세번째 왕위계승권자가 된다. 개정안대로 하면 여계왕, 장자순위로 승계순위가 크게 달라져 왕세자에 이어 그의 외동딸 아키코가 2위, 아키시노노미야가 3위로 된다.
그러나 전범 개정에 적극적이었던 고이즈미 총리가 올 9월 물러나는데다 보수파들이 다시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여왕 허용이라는 근대적 외피는 무산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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