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로 무산됐던 함정 상호방문 개시 검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꽁꽁 얼어붙었던 중-일 관계가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두 나라는 총리 상호방문에 이어 군사분야로까지 협력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는 그동안 유보했던 해상자위대와 인민해방군의 함정 상호방문을 8월 개시하는 쪽으로 검토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또 사이토 다카시 자위대 통합막료장의 올봄 방중과 차오강촨 중국 국방부장의 여름 방일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는 2000년 함정 상호방문에 합의했으나 야스쿠니 참배 문제로 무산됐다.
앞서 아베 총리와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14일 필리핀 세부에서 만나 원 총리의 4월 방일에 합의했다. 아베 총리도 원 총리의 초청에 따라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중국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스즈키 세이지 관방 부장관이 20일 밝혔다.
중-일이 이처럼 밀접하게 움직이는 데는 무엇보다 두 나라 수뇌부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대중 관계개선을 외교적 성과로 과시할 필요성이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을 위해서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를 참배하겠다고 명언하지 않음으로써, 교착상태를 뚫을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 주변에서는 “대중국 관계 개선에 쏠리다보면 중국에 약점이 잡힐 수 있다”, “연간 한번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변함이 없다”는 등의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어 관계 악화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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