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련 집행부 인사들이 지난 4월 말 도쿄에서 일본 정부의 잇따른 총련 관계자 체포구금과 시설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둥지 잃은 총련…숨죽인 재일 조선인
“북에 돈대느라 무리” 비판 일어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재일코리안에 대한 편견이나 멸시가 조장되지 않을까이다. 언제나 서민이 가장 고생한다. 지금은 불안감으로 가득차 숨을 죽이고 있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상징이던 중앙본부 건물과 토지에 대한 도쿄지방재판소의 가집행선언 판결이 나온 19일 배중도‘가와사키시교류관’관장은 재일동포들이 느끼는 충격과 불안감을 이렇게 설명했다. 강철 오사카경제법과대학 객원교수는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단순한 금전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재일조선인에게 치명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총련이 주요 시설에서 퇴거하면 민족교육과 자주성의 거점을 잃어버려 동포들 사이에 귀화하는 움직임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납치사건은 허용될 수 없지만, 이를 구실로 한 재일동포 탄압 움직임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악화시킨 가장 큰 책임은 북한 추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총련 지도부에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재일동포 지위향상을 위해 애써온 이인하(82) 목사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부실채권 문제는) 북한에 대한 송금이 원인”이라며 “총련이 일본 국내에 한정해 활동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두진 코리아국제연구소 소장은 “초창기 총련은 재일조선인 권익옹호 활동에 주력했고 사회주의에 대한 좋은 평가도 있어 지지자가 50만명까지 늘어났고, 1960년대 후반 총련 중앙본부의 연간 예산은 약 100억엔 규모로 불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총련은 회계감사도 없고, 금전관리가 엉터리”라며 “지지자 이탈이 가속화했으나 일부 간부는 본국의 요구에 응하려고 무리를 거듭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그동안 총련의 재정문제를 도맡아온 허종만 부의장 쪽이 중개역을 맡은 부동산업자에게 4억엔을 건네주는 등 깊이 관여하고 있다”며 “앞으로 허씨에 대한 비판이 재일동포 사회에서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파산한 조은신용금고 전 이사들 사이에서는 “허씨가 조은 문제의 최고책임자”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변진일 〈코리아리포트〉 편집장은 이번에 반환판결을 받은 629억엔에 대해 “예전 같으면 모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동포들의 지지를 상당 부분 상실한 총련으로선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전 총련활동가인 김규일 ‘재일동포생활을 생각하는 모임’ 대표는 “이제 총련은 정치력도 재정력도 없어졌다”고 단언했다. 서만술 총련 의장은 지난 5월말 제21차 전체대회 모두 연설에서 “적지 않은 신세대 활동가가 전임활동을 그만뒀다. 동포사회에 민족성 상실현상이 늘었다”며 이례적으로 총련 약체화를 인정하기도 했다. 글·사진/도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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