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방침서 ‘개혁’ 명칭 삭제
“고통 미뤘을 뿐” 비판
“고통 미뤘을 뿐” 비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강력한 구조개혁 노선에서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19일 발표한 첫 경제정책 방침의 명칭에서 구조개혁이라는 말을 아예 삭제했다. 지난해까지 사용했던 ‘경제재정운영과 구조개혁에 관한 기본방침’을 ‘경제재정개혁 기본방침’으로 바꿨다. 기본방침의 내용을 보면, 우선 아베 총리는 정권의 명운이 걸린 다음달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애초 거론된 공공사업 3% 축소 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경기 호황으로 세수가 늘어나자 세출삭감이라는 ‘국민적 고통’이 동반되는 개혁에 미온적인 반응이 자민당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때 발표된 기본방침에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2008년부터 5년간 1~3%의 공공사업을 줄인다는 목표가 담겨 있고, 실제로 올해 관련 예산이 3.5% 삭감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내각부 간부는“선거를 앞두고 세출삭감에 대한 저항이 예상 이상”이라고 말했다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또 소비세 인상 등 세제개혁도 참의원 선거가 끝나는 가을 이후로 연기됐다.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아베 정권, 개혁에 실속감’ ‘세제·노동개혁 미뤄’‘구조개혁의 깃발이 사라졌다’ ‘고통구체화 미뤄’ 등의 기사와 사설로 아베 정권의 구조개혁 이탈을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의향을 관료가 헤아려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만 열거했다는 느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여당을 저항세력으로 규정하고 힘차게 밀어붙임으로써 여론의 갈채를 노렸던 고이즈미 정권과는 분명히 수법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아베 정권은 지난 가을 고이즈미 개혁의 핵심인 우정민영화에 반대한 의원들의 복당을 허용하고 연말에는 도로특정재원의 개혁도 서둘러 타협해 좌절시켰다”며 “이번 기본방침은 전 정권의 구조개혁노선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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