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 일 최고 여가수 4만명 추모
‘요절’ 일 최고 여가수 4만명 추모
지난달 27일 암투병 중인 병원에서 떨어져 숨진 일본 록그룹 ‘자드(ZARD)’의 여성 보컬리스트 사카이 이즈미(40)의 추모모임 ‘음악장’에 4만명이 넘는 팬들이 몰려 들어 1990년대가 낳은 일본 최고 여성 가수의 때이른 죽음을 애도했다. 이날 행사장인 도쿄 미나토구 아오야마장례소 곳곳에는 평소 꽃을 좋아했던 고인을 위해 팬들이 가져온 꽃 20만송이가 헌화됐다. 사카이 추모인파는 1989년 52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일본 ‘국민가수’ 미소리 히바리의 추모객 4만2천명 이후 최대 규모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27일 오전 10시 개장 전에 이미 4천여명이 대기하는 등 구름같이 몰려드는 팬들 때문에 행사장 입구에서 헌화대까지 가는 데 1시간15분이나 걸렸다고 한다. 애초 저녁 7시에 끝날 예정이었던 추모행사는 2시간20분 연장됐다. 그의 사망 이후 한달 사이에 자드의 시디앨범은 1백만장 판매를 돌파하는 등 사카이 열기는 뜨겁다. 사카이는 20대 전반 모델활동을 하다 91년 자드의 보컬리스트로 데뷔한 이후 3620만장(싱글 1751만장, 앨범 1869만장)의 앨범을 팔았다. 그는 90년대 여성가수로는 싱글앨범을 가장 많이 판매한 초대형 가수다. 마음을 울리는 노랫말을 직접 작사해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응원가를 불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을 쉬고 이바라키현에서 달려온 남성(30)은 <산케이신문>에 “고교시절 그의 노래를 듣고 격려와 용기를 받았다”며 “오늘 안녕이란 말 대신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초 텔레비전 음악프로그램에 잠깐 출연한 것을 제외하곤 텔레비전이나 잡지 등 언론 매체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물론 라이브 공연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앨범만으로 승부하는 ‘신비한 면모’로도 유명했다. 2004년 11곳을 돌면서 전국투어를 해 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 라이브 공연이었다. 이날 행사장 369인치 대형 화면에서 3년전 전국투어의 영상과 함께 초창기 희트곡 <지지말아요>가 울려퍼지자 추모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따라 불렀다. 한국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2001년)은 그를 모델로 해, 잇따라 희트곡을 발표하는 ‘신비의 복면가수’를 설정할 정도로 한국에도 그의 팬들이 많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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