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키의 아버지이자 트레이너인 가메다 시로(42·맨앞)와 장남 가메다 고이키(20·오른쪽·전 WBA플라이급 세계챔피언)
흥행 돌풍 지나쳐 반칙·욕설로 3부자 모두 ‘퇴출 위기’
침체 일로의 일본복싱을 살리는 구세주로 떠올랐던 가메다 일가가 세계챔피언 타이틀매치에서 유례없는 반칙전을 벌인 끝에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
일본권투협회(JBC)은 지난 11일 세계복싱평의회(WBC) 플라이급 챔피언전에서 반칙패 당한 도전자 가메다 다이키(18·가운데)에 대해 출장정지 1년의 중징계를 15일 내렸다.
다이키는 경기에서 승산이 없자 챔피언인 나이토 다이스케(33)를 들어올려 메치거나, 허리를 잡고 쓰러뜨리는 등 ‘레슬링권투’를 벌인 끝에 벌점 3점을 받고 판정패했다. 다이키의 아버지이자 트레이너인 가메다 시로(42·맨앞)와 장남 가메다 고이키(20·오른쪽·전 WBA플라이급 세계챔피언)도 반칙을 사주한 혐의로 각각 무기한 출장정지와 엄중계고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매경기 20%를 넘는, 전례없이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던 가메다 형제는 선수생활 지속 여부도 불투명한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가메다 일가에 대한 중징계는 도를 넘어선 이들의 행동거지도 한몫했다. 다이키는 기자회견에서 챔피언을 겨냥해 “바퀴벌레”라고 부르는가 하면 “내가 지면 할복자살하겠다. 너는 어쩔래”라고 도발했다. 장남인 고이키는 한술더떠 챔피언이 어릴 때 ‘집단따돌림’을 당한 사실을 거론하며 “너 왕따였지. 난 왕따시키는 아이였어”라고 도발하기도 했다. 또 경기에서 보조트레이너를 맡은 고이키는 경기 중 동생에게 “팔꿈치로 눈을 쳐”라고 비열한 주문을 하기도 했다.
가메다 일가의 돌출적 행동을 묵인하거나 같이 즐겼던 일본 권투팬들도 11일 경기 이후 싸늘하게 돌변했다. 한 스포츠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이번 처벌이 미온적이라는 의견이 80%가 넘게 나왔다.
가메다 일가의 이번 소동으로 일부 상업언론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은 가메다 3형제 권투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잘한다는 식으로 띄워줘 이들의 안하무인 태도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방 〈티비에스〉는 지난 11일 경기를 중계하면서 가메다 선수를 일방적으로 응원해 다음날 오전 9시까지 1400여통의 항의전화와 메일이 방송사에 쇄도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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