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가 되기 쉬운 성격-자기 진단표
‘한류영향’ 순애보 원해…‘피애망상’ 증상 분석
“사랑하고 사랑하고 끝까지 사랑해.” “우리 아기는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까?”
시드니올림픽 트램폴린 경기의 일본 국가대표 선수를 지낸 나카타 다이스케(33)에게 8년에 걸쳐 3천통 이상의 구애 메일을 보내며 집요하게 따라다닌 41살 여성이 최근 경찰에 체포됐다. 이 여성은 “팬이지 스토커가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나카타 선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본에서 이렇게 증상이 심각한 40~50대 중년 여성 스토커가 늘어나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22일 보도했다. 한 카운셀러는 “10년 전부터 스토킹에 관한 상담을 연간 70건 정도 받고 있는데 5~6년 전부터 여성 쪽이 크게 늘었다”며 “특히 40~50대의 중년여성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일본 여성 스토커는 남성 스토커보다 과격한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직장까지 찾아가는 것은 예사고, 일도 그만둔 채 목숨을 걸다시피 하면서 따라다니는 사례도 흔하다. 유명인사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스타 스토커’ 또한 여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라며 상담하러 온 사람이 실제로는 가해자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이 카운셀러는 말했다.
이들에겐 상대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실은 나를 좋아하지만 주변에서 허락해주지 않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믿어버리는 경향도 있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믿는‘피애망상’ 증상이다.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 탓인지 순애보를 연출하고 싶어하는 스토커 여성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년 여성 스토커의 증가는 여성의 결혼이 늦어지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편이나 애인이 없는 데서 컴플렉스를 느끼는 여성들이 유명인을 쫓아다니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찾는다는 것이다. 작가이자 심리상담가인 아라키 소조는 어른이 되고도 현실과 공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미성숙된 중년여성이 늘어난 데는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영향도 있다고 분석한다. “사람과 마음의 접점을 잃어버리고 고독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망상으로 빠지기 쉽고 주변에서 말릴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든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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