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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민방 장악한 ‘가냘픈 포식자’

등록 2007-12-16 20:54

도쿄/김도형 특파원
도쿄/김도형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키 162㎝, 체중 45㎏. 요즘 일본에선 텔레비전을 켜면 거의 어김없이 이런 갸녀린 체격의 21살 여성을 만날 수 있다.

‘갸루 소네’라는 예명의 이 여성은 미모가 특출나진 않다. 긴 붙임머리와 화려한 장식손톱, 눈 주위를 하얗게 칠한 화장 등 철지난 ‘갸루(걸) 패션’이 그의 이상 행동을 돋보이게 할 뿐이다. 5개 민영방송의 각종 프로그램은 올 한해 그의 엄청난 ‘포식 능력’을 보여주기에 바빴다. 그는 100㎏이 넘는 거구의 레슬링 선수와 불고기 먹기 경쟁을 해, 35인분을 먹어치우며 상대를 가볍게 제압했다. 45분 만에 ‘오차즈케’(간이 된 차에 만 밥) 41인분을 해치우기도 했다. ‘대식가’라는 말이 올해 10대 유행어 중 하나가 된 것은 순전히 그의 덕분이다.

몸무게 45kg 특이체질 ‘여성 대식가’ 화면 도배
하마와 ‘먹기 내기’까지…일 ‘정신적 허기’ 반영

일본 민방은 ‘먹는 프로그램’을 넘칠 정도로 많이 내보내는 등 인간의 욕망에 충실한 프로그램 제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에게 갸루 소네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존재다. 그는 어떡하든 방송이 정한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입안에다 음식을 쑤셔넣는 다른 대식가들과는 판이하다. 엄청난 양을 끝까지 즐겁게 먹는 장면을 연출한다.

갸냘픈 체격으로 즐겁게 먹는 그의 인기는 시청률을 쑥쑥 끌어올린다. 시청률이 10% 중반이면 성공으로 평가되는 일본 방송계에서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은 15%가 넘는 게 수두룩하다. 게다가 그는 겸손하고 인사성이 밝으며, 재치도 넘쳐 방송 관계자들의 평판도 높은 편이다. 그의 위는 평소에는 다른 사람과 크기가 비슷하지만, 많이 먹을 때는 부풀어올라 만복감을 느끼지 않는 특이 체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무리 흥미 본위라고 해도 정도가 한참 넘어섰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어떤 방송은 하마와 먹기 경쟁을 시키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방송사의 출연 제의가 쇄도해 그는 ‘대식’을 하루에 무려 세차례나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그가 ‘직업병’에 시달린다는 주간지 보도도 나온다. 평소 치질을 앓고 있는 그는 대식을 한 뒤에는 예닐곱번은 화장실에 가서 끙끙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엉덩이 뼈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그가 성인병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실제 텔레비전에 자주 나왔던 한 대식가 리포터(41)는 방송 출연의 여파로 체중이 25㎏이나 늘어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인의 ‘정신적 허기’를 노리는 일본 민방의 ‘욕망 충족식’ 제작은 범죄 보도에서도 잘 나타난다. 범죄 보도는 음식, 북한과 함께 일본 민방의 3대 테마의 하나다. 요즘 북한 소재가 뜸해지면서 더욱 극성을 피운다. 민방 와이드쇼는 끔찍한 살인 사건 등을 미주알고주알 보도하는 데 전체 시간의 절반을 할애할 정도다. 피해자 중심의 일방적인 이야기나 엿보기 욕망에 치중한 선정적 보도는 사건의 진상을 더욱 흐린다. 일본인의 잠재적 피해자 의식을 과도하게 자극해 사태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하는 ‘납치 관련 보도’와도 닮은 측면이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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