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도형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영화관 1곳만 직접 압력받아
우익 시사회서도 찬반 갈려
‘과잉 자기검열’ 경계론 부상 18일 도쿄의 라이브 하우스 ‘로프트 플라스원’에서 보기 드문 영화시사회가 열렸다. 영화관이 잇따라 상영중지를 결정해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고 있는 중국 리잉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야스쿠니 YASUKUNI>의 시사회가 우익단체 간부·회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것이다. 우익단체가 이 영화 상영을 방해했다고 알려지자, 일부 우익인사들이 “영화를 보고 판단하자”며 시사회를 요청한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달에도 일부 자민당 우파의원들의 요구로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사전 시사회를 열었다. 영화가 상영되기도 전에 우익들로부터 두차례나 ‘사전검열’을 당한 셈이다. 이날 시사회에는 우익활동가 110명 이외에도 보도진 80명이 몰려들었다. 시사회 뒤 열린 영화 품평회에서는 ‘우익들의 성지’인 야스쿠니신사를 정면으로 다룬 것을 놓고 의외로 찬반의견이 교차했다. “밑에 흐르고 있는 것은 반야스쿠니, 반일의 역사관이다” “신도와 야스쿠니에 대해 사실 오인이 있다” “문화청이 반일영화에 조성금을 낸 것은 문제로 삼아야 한다” 는 등 영화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나 “반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야스쿠니 반대파보다 민족파 쪽이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참배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면도 있다”는 등 긍정 평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 영화가 문화청의 공적자금을 받은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자는 주장에 대해 “우리들도 조성금을 받아서 친야스쿠니영화를 만들어 반론하면 된다”는 반박도 나왔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 작품인데 미디어가 부추겼다”는 일부 우익언론에 화살을 돌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영화 상영중단 소동의 전후 과정을 살펴보면 우익단체들의 직접적인 압력이나 협박보다는 ‘알아서 자숙하는’ 일본 사회 일각의 ‘눈치보기’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영화상영 중지를 결정한 영화관 5곳 중 직접적인 압력을 받았다고 밝힌 곳은 1곳에 불과하다. 우파잡지 <주간신조>가 “반일영화에 문화청이 공적자금을 투입했다”고 불을 붙이고 자민당 우파의원들이 이를 받아 시사회를 통해 압력을 가하자 영화관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비교적 보수적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19일 관련기사를 통해 영화조차 제대로 상영하기 힘들어진 일본 사회의 현실에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전쟁 전 국수주의적 잡지가 리버럴(자유주의성향)한 것으로 알려진 학자와 언론인을 공격하고 우파의원들이 국회에서 이를 거론함으로써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압박한 사건이 일어나 일본은 말을 할 수 없는 사회로 변질됐다. 사람들의 입을 막는 무겁고 답답한 공기는 권력에 의해 형성되지만, 그 뒤는 자기증식해 압력을 늘린다. 과잉 자기규제를 가져온 공기를 단절할 때가 오고 있다.”
소동 이후 영화를 상영하겠다고 나선 영화관이 전국 21곳으로 늘어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우익 시사회서도 찬반 갈려
‘과잉 자기검열’ 경계론 부상 18일 도쿄의 라이브 하우스 ‘로프트 플라스원’에서 보기 드문 영화시사회가 열렸다. 영화관이 잇따라 상영중지를 결정해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고 있는 중국 리잉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야스쿠니 YASUKUNI>의 시사회가 우익단체 간부·회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것이다. 우익단체가 이 영화 상영을 방해했다고 알려지자, 일부 우익인사들이 “영화를 보고 판단하자”며 시사회를 요청한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달에도 일부 자민당 우파의원들의 요구로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사전 시사회를 열었다. 영화가 상영되기도 전에 우익들로부터 두차례나 ‘사전검열’을 당한 셈이다. 이날 시사회에는 우익활동가 110명 이외에도 보도진 80명이 몰려들었다. 시사회 뒤 열린 영화 품평회에서는 ‘우익들의 성지’인 야스쿠니신사를 정면으로 다룬 것을 놓고 의외로 찬반의견이 교차했다. “밑에 흐르고 있는 것은 반야스쿠니, 반일의 역사관이다” “신도와 야스쿠니에 대해 사실 오인이 있다” “문화청이 반일영화에 조성금을 낸 것은 문제로 삼아야 한다” 는 등 영화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나 “반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야스쿠니 반대파보다 민족파 쪽이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참배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면도 있다”는 등 긍정 평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 영화가 문화청의 공적자금을 받은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자는 주장에 대해 “우리들도 조성금을 받아서 친야스쿠니영화를 만들어 반론하면 된다”는 반박도 나왔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 작품인데 미디어가 부추겼다”는 일부 우익언론에 화살을 돌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영화 상영중단 소동의 전후 과정을 살펴보면 우익단체들의 직접적인 압력이나 협박보다는 ‘알아서 자숙하는’ 일본 사회 일각의 ‘눈치보기’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영화상영 중지를 결정한 영화관 5곳 중 직접적인 압력을 받았다고 밝힌 곳은 1곳에 불과하다. 우파잡지 <주간신조>가 “반일영화에 문화청이 공적자금을 투입했다”고 불을 붙이고 자민당 우파의원들이 이를 받아 시사회를 통해 압력을 가하자 영화관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비교적 보수적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19일 관련기사를 통해 영화조차 제대로 상영하기 힘들어진 일본 사회의 현실에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전쟁 전 국수주의적 잡지가 리버럴(자유주의성향)한 것으로 알려진 학자와 언론인을 공격하고 우파의원들이 국회에서 이를 거론함으로써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압박한 사건이 일어나 일본은 말을 할 수 없는 사회로 변질됐다. 사람들의 입을 막는 무겁고 답답한 공기는 권력에 의해 형성되지만, 그 뒤는 자기증식해 압력을 늘린다. 과잉 자기규제를 가져온 공기를 단절할 때가 오고 있다.”
소동 이후 영화를 상영하겠다고 나선 영화관이 전국 21곳으로 늘어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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