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다는 심정으로 범행
“누구라도 좋았다”
8일 대낮 일본 도쿄의 대표적 번화가 아키하바라 네거리에 트럭을 몰고 돌진해 사람을 친 뒤 마구잡이로 사람을 찔러 7명을 죽이고 10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뒤 체포된 25살의 파견사원 가토 도모히로가 경찰에서 밝힌 범행동기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는 ‘묻지마 살인’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길거리의 악마라는 뜻의 `도리마‘라는 이름까지 생겼다. 경찰청 조사결과를 보면, 1998년 이후 10년 동안 발생한 이런 사건은 67건에 이른다. 2006년 4건, 2007년 8건에 이어, 올해는 벌써 5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대체로 20~40대 남성, 반사회적 태도, 가학적 성격, 어두운 가족사, 열등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에는 ‘사형 희망’ 도리마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발생한 5건 가운데 4건은 삶에 절망해 차라리 죽고 싶다는 심정으로 저지른 범죄들이다. 아키하바라 도리마도 인터넷에 범행계획을 예고하고, 트럭까지 빌려 불과 5분 사이에 수십명을 습격한 전형적인 사형 희망형이다.
최근 <사형>이라는 책을 펴낸 작가 겸 영화감독 모리 다쓰야는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이런 범죄는 자살 희망의 다른 면인 경우가 상당하다고 본다. 한해 3만명 이상 자살하는 상황에서 사형을 바라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의 선정적 범죄보도도 모방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아키하바라 사건이 일어난 날은 2001년 6월8일 37살 남성이 오사카의 한 초등학교에 난입해 초등학생 8명을 살해한 지 꼭 7년째 되는 날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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