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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빈·부·권력의 고착 ‘세습의 나라’ 일본

등록 2008-08-27 18:55

빈곤층 학력 낮아 가난 대물림
도쿄대 학생은 다수가 부유층
부모 이은 정치인 국정 도맡아
“부와 빈곤이 세습되는 나라, 정·경·재계의 세습대국.”

일본의 영향력있는 시사잡지 <다이아몬드> 최근호는 일본 사회 곳곳에서 격차 현상이 줄어들기는커녕 대를 이어 세습화하는 구조화 실태를 특집으로 다뤄 눈길을 모은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의 중의원 중 50% 이상이 세습 정치인인 가운데 빈곤층들도 대를 이어 빈곤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21살 남성은 아버지가 노숙자 생활을 한 탓에 고아원에서 자랐다. 오사카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건축현장에서 일하다가 애인과 함께 도쿄로 상경했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최근 길거리로 나앉았다. 노숙자 2세가 된 셈이다. 오사카부 사카이시의 경우, 생활보호 수급자 가운데 1/4이 그 아버지 세대도 생활보호 대상으로 나타났다.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지는 모자가정의 경우 40%가 생활보호대상 2세다. 모자가정의 평균 연간 수입은 213만엔(2113만원)으로 일반 가정의 37.8%에 불과하다.

과거 일본에서 빈곤에서 탈출하는 무기 중 하나는 학력이었으나, 오늘날 일본 사회는 빈곤가정의 학력성취도가 낮아 빈곤의 대물림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도쿄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중 하나인 아다치구의 경우, 초등 5학년과 중등 2학년을 대상으로 한 2004년 도쿄교육위 학력조사에서 모든 과목이 평균점 이하로 나타났다.

반면 도쿄대학교의 2006년도 ‘학생생활실태조사’를 보면, 부모의 직업 37.7%가 관리직, 연수입 950만엔 이상이 47.8%로 나타났다. <다이아몬드>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빈곤층의 1/3 이상은 자녀에게 바라는 학력이 “특별히 없다”고 답했다. 반면 부유층의 상당수는 외국 대학원까지를 원했다.

지난 10년 간 연간 수입 2천만엔 이상의 고소득 봉급생활자가 15만명에서 22만명으로 50% 늘어났으며, 연간 수입 200만엔 이하의 저소득층도 814만명에서 1022만명으로 30% 불어났다. 생활보호수급 대상 가구도 10년 동안 70%나 늘었다.

정치의 세습화는 더욱 확연하다. 2005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당선자 중 51.6%가 2~4세 의원이다.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등 전 총리 3명은 3세 정치인이다. 현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아버지 후쿠다 다케오도 총리를 역임했다.

언론인인 우에스키 다카시는 “세습 정치인들은 일반 국민들의 고통스런 생활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특히 지역 출신이라고 해도 대부분 도쿄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도쿄와 지방의 격차를 느끼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는 “일본 사회의 격차 해소가 어려운 이유는 이렇게 자란 정치인들이 일본 정치의 주류를 점하고 국정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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