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내각의 갈짓자 후텐마 발언
오바마, 기후변화 주요국 통화에서 하토야마 제외 ‘강경’
내각선 “기존 합의대로” 엇박자…사민당은 “연정 깰수도”
내각선 “기존 합의대로” 엇박자…사민당은 “연정 깰수도”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오키나와현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문제로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다. ‘오키나와현 밖으로 이전한다’는 공약을 이행하려는 의지는 시들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반대가 매우 거세다. 정부 안에서도 엇박자가 이어지고,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총리의 지도력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그렇다고 미국과의 기존 합의를 그대로 이행하자니 연립정권이 깨질 위험이 있다.
미국은 지난 2006년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현 나고시의 슈와브 미군기지로 옮기기로 한 합의를 번복하려는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달초 기후변화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주요국 정상에게 전화를 걸면서 하토야마 총리는 빼놨다고 보도했다. 또, 기지 이전 문제에 대해 조기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미국을 방문한 데라시마 지쓰로 다마대학 총장을 미국 국무부가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오카다 가쓰야 외상은 지난 5일 “미국과 두 달간 열심히 협의해왔지만 이제 한계가 왔다”며 미국의 완강한 태도를 설명했다. 그는 “기존 합의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며 하토야마 총리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하토야마 총리는 내각 안의 이런 불협화음을 확실히 정리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내각 지지도 하락을 하토야마 총리의 지도력 문제로 연결짓는 시각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7일 내각 지지율이 지난 4~6일 조사에서 59%로 떨어졌다며,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총리에게 지도력이 없다’는 점을 꼽은 응답자가 27%나 됐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하토야마 총리가 핵심 선거공약을 저버릴 경우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사민당과의 연정이 깨질 위험도 있다.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당수는 지난 3일 “기존 합의대로 이전하면, 중대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총리를 압박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7일 “미국에 어떻게 말할지 결정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합의대로 오키나와현 안의 슈와브 미군기지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미국은 그렇게 요구하고 있지만, 간단하지 않다. (현외 이전을 주장하는 사민당과) 연립정권이기도 하고, 오키나와 주민들의 기대도 있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기존 합의를 그대로 이행하지는 않겠다는 뉘앙스가 짙게 풍기는 발언이다.
다행히 여론은 하토야마 총리에 그렇게 불리하지만은 않다. <요미우리신문>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 ‘기존합의대로 해야 한다’는 대답과 ‘큰폭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대답이 26%로 똑같게 나왔다. 하지만 이전 조사에 견주면, ‘현행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은 5%포인트 낮아지고,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7%포인트 높아졌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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