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총리 지명
‘비 오자와’ 집단이 옹립
사회민주연합 출신 10선
당 간사장에 에다노 물망
‘비 오자와’ 집단이 옹립
사회민주연합 출신 10선
당 간사장에 에다노 물망
하토야마 내각에서 부총리 겸 재무상을 지낸 간 나오토(63)가 제94대 일본 총리로 4일 지명됐다.
간 신임 총리는 이날 민주당 양원합동 의원총회에서 전체 423표 가운데 291표를 얻어, 129표를 얻은 다루토코 신지(51) 환경위원장을 물리치고 민주당 대표로 선임됐다. 이어 오후에 열린 중의원 총리지명 선거에서도 과반수인 313표를 얻어 새 총리로 지명됐다.
시민운동을 하다 야당에서 정치인생을 시작한 간 총리의 취임은 일본 정권교체의 명실상부한 완성이라고 할 만하다. 정권교체 뒤 첫 총리였던 하토야마는 애초 자민당 출신이었으나, 간 총리는 자민당에 맞서던 사회민주연합 출신이다.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부터 세습정치인이 5명째 총리를 맡아오던 것도 막을 내렸다.
간 총리는 총리 지명 뒤 한 연설에서 “일-미 동맹의 기축인 미국과의 기존 신뢰관계를 확실하게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중시하겠다”고 말해, 중국을 염두에 두면서도 후텐마 기지 문제 등으로 서먹해진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신성장 전략과 재정운영 전략을 이달 중 마련해 강한 경제, 강한 재정, 강한 사회보장의 일체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간 총리는 이날 즉시 가메이 시즈카 국민신당 대표와 만나, 연립정권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7월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생명이 좌우될 간 총리는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 배제’를 특징으로 한 당직 인선과 조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 총리는 이번 경선에서 비오자와그룹이 추대하는 모양새로 총리 자리에 올랐다. 오자와 간사장은 이번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옛 사회당 출신의 센고쿠 요시토 국가전략상이 관방장관에 내정됐다고 전했다. 당 간사장에는 에다노 유키오 행정쇄신상이 거론되고 있다. 조각은 다음주 초 이뤄질 예정이다.
간 총리는 도쿄공업대를 졸업하고, 시민운동을 하다 1974년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무소속과 사회민주연합 소속으로 세 차례 중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끝에 80년 국회에 입성했다. 지금은 10선 의원이다. 정책면에서 두각을 보인 그는 94년 신당 사키가케에 입당하고 무라야마 내각 때 후생노동상으로 입각했다. 이때 에이즈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쓴 혈우병 환자들이 숨지는 등 큰 피해를 입은 사건과 관련해, 관료들과 정면으로 대립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정치이념은 ‘불행한 사람을 최소화하는 사회’의 실현이다. ‘관료 내각제’에서 ‘국회 내각제’로 일본 정치를 바꾸는 것을 개혁 목표로 삼고 있다. ‘엔 약세론’자로 알려진 그가 총리로 떠오르자, 최근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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