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국적 2명 화학상 받아
과학분야 역대14명 수상
과학분야 역대14명 수상
네기시 에이이치(75) 미국 퍼듀대학 특별교수와 스즈키 아키라(80) 홋카이도대학 명예교수 등 일본 국적의 과학자 2명이 올해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본의 과학기술 수준에 또 한번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이 새 촉매제를 활용한 탄소결합법 개발 공로로 노벨상을 받게 되면서 일본의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14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지금까지 노벨상을 받은 일본인 17명 가운데 문학상의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와 오에 겐자부로(1994년), 평화상의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1974년) 3명 외엔 모두가 자연과학 분야 수상자였다. <아사히신문>은 1901년 이후 화학·물리학·의학 3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를 국적별로 보면 일본은 미국(234명), 영국(76명), 독일(68명), 프랑스(29명), 스웨덴(16명), 스위스(15명)에 이어 7위라고 전했다.
일본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은 2000년대 들어 특히 두드러진다. 2000년 시라카와 히데키 박사가 화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1년동안 7차례에 걸쳐 일본 국적자 9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1970년 미국 국적을 취득한 2008년 물리학상 수상자 난부 요이치로 박사를 포함시키면 일본 출신 수상자는 10명이나 된다. 화학상은 2000년 이후 5차례나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2002년 시마즈 제작소의 연구원이던 다나카 고이치가 43살의 젊은 나이로 화학상을 받고, 2008년 물리학상 공동수상자 3명과 화학상 수상자(시모무라 오사무)를 한꺼번에 일본에서 배출한 사례는 일본 과학기술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의사 스기타 겐파쿠가 1774년 네델란드판 해부학 교과서를 번역하면서 시작된 근대과학 연구의 오랜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선 이번 노벨화학상 수상을 세계 최초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가 지난 6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소행성에서 암석을 채취해 귀환하는 데 성공한 데 이은 세계적인 경사라고 평가한다. 요네쿠라 히로마사 일본 게이단렌회장은 “일본 과학기술의 자신감을 드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과학기술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1990년대부터 확산된 ‘이공계 기피현상’ 때문이다. 이공계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어렵고, 취직에 성공해도 문과계 출신에 견줘 생애임금이 5000만엔 가량 적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이로 인해 실력있는 젊은이들이 문과계나, 의학·약학 부문을 선호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해온 네기시 교수는 “일본 젊은이들이여 외국으로 나오라. 바깥으로부터 일본을 보라”고 충고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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