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조처도 안먹혀
일 정부 “추가 시장개입 불사”
일 정부 “추가 시장개입 불사”
미국이 중국을 향해 위안화를 절상하라고 거센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정작 쉼없이 오르는 것은 일본 엔화의 가치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엔 강세 저지 노력은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엔 강세의 반사이익을 계속 누리고 있다.
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값은 오후 3시 현재 전날보다 0.07엔 떨어진 82.35~38엔에 거래됐다. 앞서 7일 밤 뉴욕시장에서는 82.11엔까지 떨어졌다. 달러에 견준 엔화가치가 15년4개월 만의 최고치를 다시 경신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5일 엔-달러 환율이 83엔 아래로 떨어지자, 하루 시장 개입 자금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2조엔을 풀어 달러를 사들인 바 있다. 4년 반 만에 재개한 이 시장 개입으로 엔-달러 환율은 한때 85엔대 후반까지 올랐다. 그러나 효과는 채 한달도 가지 못했다. 일본은 오히려 시장 개입에 대해 국제사회에 이해를 구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있다.
일본은행은 엔화 강세를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태라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동원 가능한 정책 수단을 사실상 총동원했다. 금융기관 등에 연 0.1%의 초저금리로 빌려주는 단기자금 규모를 30조엔으로 확대했고, 지난 5일 열린 10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선 기준금리를 연 0.1%에서 0~0.1%로 내려 4년 만에 제로금리를 부활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완화 가능성이 워낙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쳐, 달러를 약세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야당은 기업들이 생산 및 부품 조달을 국외로 이전하면서 생기는 ‘공동화’를 우려하며, 엔화 강세 대책을 내놓으라고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이제 남은 대책은 부작용을 감수하고 시장 개입을 지속하는 것 정도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8일 오전 각료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때는 시장 개입을 포함해 단호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시기는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지난달 16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이후 기자회견에서 말실수로 엔강세 저지 방어선이 달러당 83엔임을 은연중 드러낸 바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제 일본의 새 방어선이 얼마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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