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비판발언이 족쇄돼
엔가치 올라도 개입 주저
엔가치 올라도 개입 주저
한국과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비판한 것이 오히려 일본에 자충수가 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퍼지면서, 엔화 강세가 한층 가속화했다. 두 나라로부터는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엔-달러 환율은 14일(현지시각) 런던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80.88엔까지 떨어져(엔화가치 상승) 거래됐다. 이는 달러에 견준 엔화가치가 사상 최고치였던 1995년4월19일의 79.75엔에 불과 1엔 차이밖에 나지 않는 수준이다.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소폭 반등해 81엔대 초반에 거래됐지만, 13일에 견줘서는 여전히 낮다.
시장 참가자들은 엔이 초강세를 보이는 이유로 미국의 추가적인 통화완화 조처 가능성을 가장 먼저 꼽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시장에 쉽게 개입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도 ‘엔 매수’를 부추긴다는 해석이 많다. 간 나오토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이 1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과 중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공격한 것이 일본 자신에게도 족쇄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엔-달러 환율은 일본 정부가 2조엔에 이르는 대규모 개입을 단행한 지난 9월15일 82엔대 후반에서 한때 85엔대 후반까지 반등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세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일본 정부가 엔-달러 환율이 82엔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개입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우려해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반발도 거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상무부가 15일 ‘중국과 한국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간 나오토 총리의 13일 발언에 대해 “일본이 중국의 최대 수입 상대국으로서 큰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간 총리의 발언은 매우 도리에 어긋난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고 전했다. 한국 기획재정부도 일본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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