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라재단, 일 정부 동의 전제 반환 뜻
고려초 문화재…현재 도쿄 호텔 뒤뜰에
고려초 문화재…현재 도쿄 호텔 뒤뜰에
일본 오쿠라문화재단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한 이천 오층석탑을 한국에 반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천 오층석탑 환수추진위원회는 29일 오전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오쿠라문화재단과 석탑 반환을 위한 3차 협상을 벌인 뒤, “오쿠라재단이 일본 정부가 동의할 경우 석탑을 돌려줄 수 있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한일강제병합 100년 담화에서 일제 식민지배 시대에 조선총독부를 통해 일본에 반출된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를 반환하겠다고 밝힌 만큼, 오쿠라재단의 석탑 반환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석탑 반환의 실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동안 오쿠라재단은 석탑이 도쿄에 있어도 일본을 찾는 한국인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으며, 자신들이 석탑을 더 잘 보관하고 있고, 한국 문화재를 보유한 다른 박물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반환 요청을 거부해 왔다.
오쿠라재단은 이날 협상에서 “이천 오층석탑이 문화재로서 국가의 문화재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국가간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정부가 반환을 허용할 경우 한국에 돌려줄 수 있다”며 “한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일본 총리에게 이 문제를 거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천 석탑이 환수되면, 일본의 다른 민간기관이 보유한 우리 문화재의 환수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천 오층석탑은 고려 초기 이천시 관고동에 세워졌으나, 조선총독부가 1914~1915년께 석탑을 경복궁으로 옮겼다가 1918년 오쿠라재단과 관련된 오쿠라토목조(현 다이세이건설)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했다. 현재 도쿄의 오쿠라호텔 뒤뜰에 세워져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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