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병 논란
‘남북한 전쟁 임박’ 오해 부를 염려도
‘남북한 전쟁 임박’ 오해 부를 염려도
간 나오토(사진) 일본 총리가 11일 언급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파견은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을 피난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다. 한국 거주 일본인은 지난해 10월 기준 2만8000여명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한반도 사태를 염두에 두고, 자국민의 피난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수송기 등에 의존하지 않고, 일본 정부가 직접 정부 전용기나 자위대의 함정 등을 한국에 보내, 자국민을 실어나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일본의 협의 요청에 한국은 그동안 응하지 않아왔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일본에서는 한반도의 긴장은 높아지고, 양국관계는 매우 우호적인 지금이 이를 논의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보는 듯하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한 일본의 출병이 침략으로 이어졌던 과거가 있어 한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일본으로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를 명확히 해둘 필요성이 있고, 지금의 우호적인 한-일관계에서라면 한국이 (자위대 파견을) 이해해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위대의 한반도 파견은 한국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식민지배를 둘러싼 한국의 대일 반감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군대가 한반도에 발을 다시 내딛는 것 자체에 한국인은 거부감이 크다. 여러 강대국의 입김이 센 한반도에 일본까지 다시 개입해 발언권을 확보하게 되는 것도 한국이 결코 바라지 않는 일이다.
‘자국민 피난’을 앞세운 일본의 목표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일본 자위대가 1963년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해 비밀리에 작성한 ‘미쓰야 연구’를 보면, 자위대는 일본 헌법이 해외 출병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한반도에 상륙하여 작전을 펼치는 것까지 상정해두고 있었다. 간 총리는 10일 북한 납치피해자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가 한국을 거쳐 북한에서 행동’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실언이란 해석도 나오지만, 어쨌든 이는 ‘피난’과는 아주 거리가 먼 행동이다.
일본 언론들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에 한국이 쉽게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도쿄신문>은 “자위대와 교류하고 있는 한국의 국방부 안에서도 반대가 강하다”며, “(한국에서는 양국이) 협의를 진척시키는 것은 전쟁이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동요가 일어날 것을 염려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주목되는 것은 한-미-일 3국 간 군사적 결속이 강화되는 시점에 이 문제가 제기됐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 등을 계기로 미국은 한-일 양국의 적극적인 군사교류를 요구하고 있다. 양국 간에는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과 물품 역무 상호제공협정도 논의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이 적극적인 구실을 하도록 미국은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는 “간 총리의 발언은 한반도 유사시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본다”며, “미국과 일본의 밀접한 협력 아래 추진되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파견을) 이명박 정부가 적극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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