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 일본인 피난위해
자위대법 개정 검토 시사
자위대법 개정 검토 시사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반도에 전쟁 등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을 피난시키기 위해 자위대를 한국에 파견할 수 있도록 한국과 협의를 시작할 뜻을 밝혔다.
간 총리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유사시 자위대의 비행기로 (일본인을) 구출하러 가려고 해도, 한·일 양국 사이에는 룰이 정해져 있지 않다”며 “조금씩 논의를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 총리는 앞서 10일 납치피해자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유사시 자위대가 한국을 거쳐 북한의 납치피해자를 구출하러 가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간 총리의 이런 언급은 연평도 포격 사건 뒤 일본 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구조활동과 관련해, 일본이 한국에 본격적인 협의 방침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는 1999년 주변사태법 제정 때 자위대법을 고쳐 자위대의 외국 파견을 가능하게 했고, 방위성은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함 등을 한국에 파견해 일본인을 넘겨받는 계획도 세웠다”며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남에 따라 한국 거주 일본인의 피난을 둘러싼 협의를 서둘러 진척시킬 계획”이라고 12일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는 1997년 작성한 ‘미-일 방위협력 지침’에 유사시 한국에 있는 일본인 구출계획의 협조를 명시했으며, 미-일 양국간에는 비전투원 철수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 작성이 진척돼 있다”며 “남아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라고 보도했다.
간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에 걸림돌이 없도록 자위대법 개정을 검토할 뜻도 내비쳤다. 현행 자위대법은 외국에서 재해나 소요 등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수송기와 함선 등으로 자위대가 일본 국민을 실어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수송의 안전이 확보됐을 때’로 한정해 실제로는 파견이 어렵다는 지적이 일본 안에서 나오고 있다. 간 총리는 “지금 곧 어느 법률을 어떻게 하라고 지시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법 정비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한-일간에 이런 문제가 협의된 바 없고, 일본 쪽에서도 제기된 바 없다”며 “일본 자체 내의 논란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코멘트한다든가, 판단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일본도) 자기 나라의 시민들을 걱정할 권리도 있으므로 논의는 해볼 수 있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문제는) 유사시를 전제로 군사비밀을 서로 공유하는 것, 물품을 교환하는 문제들이 같이 걸려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황준범 이용인 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