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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의인 이수현’ 떠난 지 10년…한·일 “그 이름 잊지 않겠다”

등록 2011-01-26 19:40수정 2011-01-27 08:38

26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주부회관에서 고 이수현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영정사진 왼쪽으로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상이 보낸 조화가 세워져 있다.
26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주부회관에서 고 이수현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영정사진 왼쪽으로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상이 보낸 조화가 세워져 있다.
일본, 이수현장학회 운영
영화 만들고 위령비 세워
도쿄·부산 10주기 추모식
일본 효고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요즘도 매달 1만2626엔(약 17만원)을 엘에스에이치(LSH)아시아장학회에 기부하고 있다. 장학회가 만들어질 때부터 벌써 9년째다. ‘12626’이란 숫자는 그가 결코 잊지 않기로 다짐한, ‘의인’ 이수현씨가 세상을 뜬 2001년 1월26일을 상징한다.

그날 저녁 7시15분, 도쿄의 아카몬카이 일본어학교에 유학중이던 이수현(당시 26살·고려대 무역학과 휴학)씨는 신오쿠보역 구내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남자가 선로에 떨어지는 것을 본 그는 곧장 선로로 뛰어들었다. 이씨와, 함께 뛰어든 일본인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당시 47살) 등 셋은 안타깝게도 선로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남을 위해 희생을 무릅쓴 이씨의 행동은 장기불황에 지쳐 있던 일본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추모의 물결이 일본 전역으로 퍼졌다. 2006년에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은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가 제작되기도 했다. 사고 당시 이씨의 주검을 수습했던 아카몬카이 일본어학교의 박시찬(61) 이사장은 “한류가 일본에서 이렇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씨의 행동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을 크게 바꿔놓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26일 도쿄 지요다구 주부회관에서 이씨의 아버지 이성대(71)씨와 어머니 신윤찬(61)씨, 일본인 추모객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기쿠타 마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대신 읽은 추모사에서 “일본 국민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고인의 용기있는 행동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권철현 주일대사를 추모식에 보내 “‘한·일 양국의 가교가 되고 싶다’던 고인의 뜻을 깊이 생각해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1년 당시 일본 외무상을 지낸 고노 요헤이 전 의원과 다나카 마키코 의원 등은 직접 참석했다.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 한류스타 배용준씨 등 10여명이 추모식에 꽃을 보냈다.

이씨를 기리는 공식 추도식은 이번이 마지막이지만, 이씨의 영문 이름을 딴 엘에스에이치장학회는 앞으로도 매년 일본어를 공부하는 아시아 청년 50명을 지원하는 등 이씨를 기리는 사업을 계속한다. 28일에는 요쓰야 구민홀에서 추모 자선음악회 ‘아시아의 바람이 되어’가 열린다.

한편 이씨의 모교인 부산 금정구 내성고에서도 이날 이씨의 고교 후배와 유가족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내성고 교문 들머리에 있는 ‘이수현 의행 기념비’ 앞에서 헌화와 묵념을 했으며, 고인의 뜻을 기린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한 작품을 엮은 책 <너를 잊지 않을 거야>를 바쳤다.

‘의인 이수현 정신 선양회’의 한경동 회장은 추모사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이수현씨를 조금씩 잊어버리는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책무”라며 “우리는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결의를 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매제 신기용씨는 “그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10년이 아니라 100년 뒤에도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부산/김광수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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