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입 세출 추이
대안으로 소비세 인상 거론
저소득층에 불리…저항 커
도입 추진한 역대정권 붕괴
저소득층에 불리…저항 커
도입 추진한 역대정권 붕괴
‘신용등급 강등’ 경제한파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지난 28일 일본의 장기 국채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린 뒤 일본 정국이 더욱 얼어붙고 있다. 자민당 등 야당은 재정개혁을 위해 소비세 인상안을 마련중인 간 나오토 총리에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정기국회 예산심의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 이전에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되지 못하면, 간 총리 내각이 무너질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정규율이 엄격해 선진국 가운데 재정 사정이 가장 좋은 편이던 일본이 재정위기를 걱정하는 상황에 처한 것은 1990년대에 감세정책에 그 뿌리가 있다. ‘비자민 연립’으로부터 권력을 되찾은 자민당 정부는 1994년엔 연 2.4조엔 규모, 1999년엔 연 3조엔 규모의 감세를 단행했다. 그사이 1998년에도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올리면서 2.8조엔의 특별감세를 했다. 그 결과 1994년 이전 5년간 연평균 56.7조엔에 이르던 연간 세수는 2000년 이후 5년간 연평균 46.3조엔으로 10조엔이나 줄었다. 고소득층에 주로 혜택이 돌아간 감세는 경기회복엔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연간 10조엔 규모의 세입이 영구적으로 사라져버렸다.
비생산적인 대규모 공공사업도 일본 재정을 파탄에 빠뜨렸다. 일본 정부는 1992년부터 2000년 사이 9차례나 경기부양책을 폈다. 그 기간 동안 116.3조엔어치의 건설국채를 발행해 썼다. 세수는 크게 줄고, 지출은 늘어나면서 1999년부터는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특별국채 발행액이 연간 20조엔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적자의 늪에 빠져든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재정개혁 논의가 있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마쓰바라 류이치로 도쿄대 교수(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는 지난 10일 발간한 <일본경제론>에서 “가능하지도 않은 성장목표를 내걸고 작은 정부를 외치고, (자본의 해외도피를 막아야 한다며 세부담을 줄인) 수출의존 정책으로 나아간 결과가 누적채무의 팽창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악화된 일본의 재정사정은 고령화의 진전에 대응하기에 벅찬 상황이다. 세수는 늘지 않는데, 정부 예산 중 연금 등 사회보험 관련 지출액은 1990년 7.2조엔에서 2000년엔 11.2조엔으로, 2010년엔 20조엔으로 급증하고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인한 경기후퇴와 이에 대한 대응은 세수를 더욱 줄였다. 2010 회계연도에는 38조엔어치의 국채를 발행해, 국채발행으로 조달한 세입이 37조엔 규모의 세수보다 많았다. 재무성은 2011 회계연도말에는 일본의 국채발행잔액이 790.5조엔, 국가부채는 2009년 일본의 국내총생산 474조엔의 갑절이 넘는 997.7조엔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소비세 인상은 그리 쉽지가 않다. 일본의 소비세세율은 5%로 20%가량인 유럽 국가들에 견줘 매우 낮다. 그러나 복지가 취약한 일본에서는 저소득층에 불리한 소비세 증세에 저항이 크다. 도입부터가 쉽지 않았다. 1979년엔 1차 오히라 내각이, 1987년엔 3차 나카소네 내각이 소비세 도입을 추진하다 붕괴했다.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소비세 인상을 거론했다가 선거 참패의 빌미를 제공한 간 총리는 세제 및 사회보장 개혁안을 6월 말까지 마련하겠다며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간 총리 쪽은 생필품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저소득계층에는 세금 환급 장치를 마련해 소비세 인상의 부정적 측면을 상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야당은 정권교체의 호기가 왔다고 보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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