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건물 요란하게 흔들흔들…시민들 대피행렬
일부건물 불길…졸업식중 지붕 붕괴 아수라장
일부건물 불길…졸업식중 지붕 붕괴 아수라장
오후 2시46분, 참의원 국회심의를 중계하던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화면 위로 갑자기 ‘지진 경계경보’ 안내가 올라오며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야기현을 중심으로 도호쿠 지방에 강한 지진이 곧 발생할 것이라는 경보였다.
경보가 나온 지 채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도쿄의 땅과 건물이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틀 전 미야자키현에서 일어난 지진의 여진인가 싶었지만, 흔들림은 훨씬 심했고 오래갔다. 건물이 계속 흔들리는 가운데 기상청은 미야기현 등 도호쿠 지방에서 규모 7의 지진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도후쿠 지방 태평양 연안에는 초대형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3~6m의 쓰나미가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였다.
국회는 즉각 심의를 중단했다. 도쿄에서도 심한 여진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건물을 빠져나와 가까운 공원 등으로 피난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벌써 헬멧을 머리에 쓰고 있었다. 차량들은 길가에 멈춰섰다. 건물 관리인들은 신속히 건물의 엘리베이터 작동을 멈췄다.
규모 5 이상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태평양 연안에 밀어닥친 쓰나미가 경보보다 훨씬 위력이 큰 것으로 확인되기 시작했다. 특히 도쿄 부근인 이바라키현 연안에도 최고 10m 높이의 쓰나미가 추가 경고됐다. 도쿄에서 동북부를 잇는 신칸센의 운행이 중단되는 등 교통편이 곳곳에서 끊겼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첫 쓰나미의 피해가 가장 큰 곳은 미야기현 센다이시와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 등이다. 센다이시에서는 쓰나미가 수백대의 차량을 휩쓸고, 달리는 차량을 덮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센다이 공항도 물에 잠겼고 승객들이 공항 빌딩 옥상으로 대피한 모습이 <엔에이치케이> 영상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에서는 주택가 1층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긴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지바현 이치하라시의 석유비축탱크에서도 불이 나 화염이 하늘을 뒤덮였다.
센다이에서 300㎞ 떨어져 있지만, 도쿄 도심의 고층건물에서도 수분에 걸쳐 선반의 물건이 쏟아져 내릴 정도로 심하게 건물이 흔들렸다. 중심가인 긴자의 한 교차점에선 지진 직후 건물에서 뛰쳐나온 시민들이 불안하게 지켜보고 “유리창이 부서져 떨어지고 있으니 빌딩에서 멀리 떨어져라”라는 외침이 들리기도 했다. 도쿄에선 오후 3시께 미나토구 오다이바의 한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회사원들이 오다이바와 신바시를 잇는 유리카모메선 고가 철로를 이용해 걸어서 도심으로 피난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은 도쿄 중심부에 있는 구단회관 홀 일부가 무너지면서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수 부상했다고 전했다. 소프트방크 등 일부 회사의 휴대폰 서비스도 중단됐다.
처음 지진이 발생한 지 두 시간이 지난 뒤에도 강한 여진은 도쿄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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