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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다급한 경보 끝나자마자 땅·건물 ‘흔들흔들’

등록 2011-03-12 01:24

특파원이 전하는 당시 상황
물건 ‘와르르’…책상밑 대피
강한여진 이어져 건물밖으로
차량 스톱…시민들 대피행렬

11일 오후 2시46분, 참의원 결산위원회를 중계방송하던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서 ‘지진 경계경보’가 흘러나왔다. 미야기현을 중심으로 도호쿠 지방에 강한 지진이 곧 발생할 것이라는 다급한 목소리의 안내가 채 끝나기도 전 땅과 건물이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틀 전 미야기현에서 일어난 지진의 여진인가 생각했지만, 흔들림은 훨씬 심하고 오래 이어졌다. 책꽂이에서 책이 떨어져내렸고, 책상 위의 프린터가 미끄러졌다.

센다이 동쪽 해저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곧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기상청은 미야기현을 비롯한 도호쿠 지방 태평양 연안에 3~6m가량의 큰 쓰나미가 일어날 것이라며, 연안지역 주민은 긴급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다행히 도쿄에는 큰 쓰나미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첫 지진과 다를 바 없는 강한 여진이 몇 분 간격으로 이어졌다. 기자도 몇 번이고 책상 밑으로 들어가 진동이 가라앉기를 기다렸지만, 요동은 멈추는가 싶다가 다시 시작되곤 했다. 3시 조금 넘어 도쿄 남쪽 하늘에 연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고토구 아오미의 한 빌딩 고층에서 불이 난 것이었다.

더는 건물 안에 있을 수 없었다. 문밖으로 나가자 가스관이 터졌는지 가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엘리베이터는 멈춰서 있었다. 건물 관리인이 바쁜 걸음으로 비상계단으로 이어지는 문이 제대로 열려 있는지 점검하고 있었다. 근처 작은 공원엔 벌써 수십명이 피난해 있었다. 일부는 머리에 헬멧을 쓰고 있었다. 차량들은 길가에 길게 멈춰서 있었다. 땅이 또다시 심하게 흔들리자 지진을 많이 겪은 일본인들의 입에서도 “스고이”(엄청나네)란 소리가 흘러나왔다.

기상청은 지진이 도쿄에서 300㎞ 떨어진 센다이 앞바다에서 일어났다며, 미야기현과 이와테현에서 거대한 쓰나미가 선박과 차량을 휩쓸고 있다고 전했다. 라디오를 듣던 사람들의 얼굴에 짙은 불안이 스쳤다. 휴대전화는 이미 통화가 되지 않았다.

불이 난 아오미에서는 오다이바에서 신바시로 이어지는 유리카모메 고가철로 위를 걸어서 도심으로 피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도쿄에는 큰 쓰나미가 밀려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녀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은 학교로 와달라는 비상연락이 취해졌다.


경찰은 아다치구에서 건물 네 동이 불에 타는 등 이날 지진으로 도쿄에서만 오후 4시까지 13건의 화재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도쿄 중심부에 있는 한 건물 일부가 무너지면서 사람들이 여럿 다쳤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마쓰다시에서는 콘크리트벽이 무너져 차 3대를 덮쳐 1명이 중상을 입는 등 다수의 부상자가 생겼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도시가스 공급이 끊겼지만, 지진 이후 수도권의 전철·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된 것에 견주면 그런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공중전화는 즉시 무료 개방됐지만, 통화량이 너무 많아 전화는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정부는 역 주변에 몰려 있는 시민들에게 “무리하게 귀가하지 말고, 안전지대에서 밤을 보내라”고 권고했다. 밤에도 간헐적인 여진이 이어졌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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