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부, 원자로 아닌 건물벽 붕괴…원자연료 녹을 가능성 있어
제2원자로 3기도 냉각장치 고장…대피 범위 반경 20km로 확대
제2원자로 3기도 냉각장치 고장…대피 범위 반경 20km로 확대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물질이 유출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12일 오후 3시30분쯤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원전 건물 일부가 붕괴됐다. 일본 정부는 원자로 폭발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노심용해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폭발사고 뒤 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대피 범위를 반경 10㎞에서 반경 20㎞로 확대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12일 오후 8시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오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폭발사고는 ‘수소폭발’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건물 벽 붕괴일 뿐, 원자로가 들어있는 격납용기가 폭발한 것은 아니다”며, “원전 외부의 방사성 물질이 폭발 사고 뒤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폭발사고에 앞서 이날 오후 2시께 원자력발전소 제1호기 주변에서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요미우리 신문> 인터넷판은 “원자력안전보안원이 핵연료의 일부가 녹아서 누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세슘과 함께 요드도 누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물질의 누출은 원자로 노심을 감싸고 있는 피복장치가 손상되고 노심의 원자력 연료가 누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 언론들은 원자로 노심이 고열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이덕헌 안전분석실장은 “세슘의 경우 항근육성 물질로 인체 근육을 파괴하는 성질이 있고 요드는 갑상선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현장에서 신속하게 냉각수 공급 전원장치를 가동해 노심의 온도를 낮춰야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원자력 당국자는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리더라도 반경 10km 바깥의 주민들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폭발사고가 일어난 뒤인 오후 6시께 주민 대피 범위를 반경 20km로 다시 확대했다.
한편 도쿄전력은 전날 문제가 발생한 제1원전에 이어 제2원전의 원자로 3기에서도 냉각장치가 고장났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제2원전에서도 방사능 누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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