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기능 유지’ 핵심지역은 제외…4월말까지
도요타자동차 등 산업생산 임시중단 선언 속출
철도·전화·인터넷 차질…시민생활도 ‘직격탄’
도요타자동차 등 산업생산 임시중단 선언 속출
철도·전화·인터넷 차질…시민생활도 ‘직격탄’
전후 첫 ‘계획정전’ 돌입
“국민 여러분께 엄청난 불편을 끼칠 고뇌에 찬 결단이었습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13일 밤 텔레비전 방송 카메라 앞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도쿄도를 비롯해 9개의 도·현에 전기를 공급하는 도쿄전력이 지역별로 돌아가며 몇 시간씩 전기 공급을 끊는 ‘계획정전’을 하겠다고 요청해, 승인을 했다는 것이었다. 계획정전이 일본에서 실시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철도 등 교통수단은 물론이고, 기업과 가계가 에너지를 전기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획정전은 도시 기능을 부분 마비시키는 결단이다. 일본은 지금 그만큼 상황이 급하다. 도쿄전력은 전력생산의 27%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그 절반이 사라졌다. 화력발전소를 포함하면 전력생산 능력은 25%나 감소했다.
도쿄전력은 전력공급 지역을 5개의 그룹으로 나눠, 14일 오전 6시20분부터 밤 10시까지 7개의 시간대에 돌아가며 그룹당 하루 3~6시간씩 단전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도쿄의 경우 23개구는 일부 지역만 빼고 계획정전 대상에서 제외했다.
도쿄전력은 전력이 감당 가능한 이날 오전에는 갑작스런 단전으로 인한 혼란을 우려해 전기를 계속 공급했다. 그러나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시간대가 되자 결국 오후 5시부터 미리 예고한 대로 도쿄도 일부와 가나가와현, 지바현 등의 해당지역에 전기 공급을 끊었다. ‘계획정전’은 앞으로도 전력 공급 능력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같은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계획정전은 화력발전소가 정상화되는 4월 말까지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때까지는 전기를 쓰는 철도 운행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철과 민간전철, 지하철의 운행이 크게 줄고 일부 노선은 운행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도로의 교통신호도 작동을 멈추게 된다.
산업생산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도요타자동차는 14일부터 16일까지 모든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냉장·냉동식품 회사들은 소매점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영업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일본 국내총생산을 떨어뜨리고, 경기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생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후생노동성은 “정전이 되면 수도시설에 전력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에 정전지역에 수도 공급이 끊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급수차를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의 현금입출금기도 쓸 수 없다. 병원 등은 자체 발전기를 사용하지만, 가정에서 인공호흡기 등 장치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비상전력을 마련해두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전화나 인터넷의 이용도 어려워진다.
도쿄전력에 이어 동북부 지방에 전기를 공급하는 도호쿠전력도 14일 해안지대의 화력발전소가 대거 파괴돼 전력공급 능력의 40%를 잃었다며 계획정전 검토에 들어갔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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