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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냉각장치 쓰나미에 잠겨 원전 비상대책 ‘무용지물’

등록 2011-03-14 20:13

‘원자로 식히기’ 사투에도
노심 내부압력 높아 난항
측정장치 파손 ‘시계제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 이은 14일 3호기의 폭발은 이번 사태의 끝이 어딘지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에 중대한 문제는 없다며 지난 이틀 동안 3호기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원전 폐기를 각오하고 바닷물 투입이라는 ‘극약처방’까지 했으나 결국 폭발은 막지 못했다. 작업을 하던 기술자와 인부들마저 다쳤다. 이제 이들 원자로는 통제불능 상태로 치닫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원전은 몇 겹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지진 등으로 충격이 가해지면 원전 가동이 자동으로 중단되고, 제어봉이 삽입돼 핵분열 속도를 늦추며, 긴급 노심냉각장치가 대량의 물을 주입해 원자로를 식힌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이런 ‘교과서적’인 비상대책이 실전에선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1호기와 3호기가 똑같은 방식의 폭발을 일으켰다. 노심에 가득 찬 고압의 수증기가 바깥으로 새 나와 생긴 수소 폭발로 바깥건물을 날려버린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냉각 펌프의 가동 중단이다. 자동 단전 때 전기 공급을 위해 원자로마다 두 대씩 설치된 디젤 발전기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원자로보다 낮은 곳에 설치된 발전기들은 바닷물에 잠겼다. 일본 정부는 대형 쓰나미 앞에서 비상 발전기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고바야시 아키오 도쿄전력 상무는 “뼈아픈 교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후쿠시마 제2원전 1, 2, 4호기의 냉각수 펌프 또한 지진으로 작동 불능 상태가 됐다. 일본 정부는 지진으로 가동 중단된 원자로 11기 가운데 후쿠시마 제2원전 3호기와 온나가와 원전 1, 3호기만 정상적으로 냉각됐다고 밝혔다.

핵분열이 중단돼도 노심 내부의 온도는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냉각 시스템의 고장은 치명타다. 방사능과 감마선 등이 방출돼 정상 가동 때의 6%에 이르는 열이 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노심의 온도와 압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사용하는 극약처방은 오염을 감수하면서까지 방사능을 함유한 수증기를 바깥으로 빼내고 바닷물을 냉각수로 넣는 작업이다. 3호기는 바로 이 작업이 한창 진행되던 도중 폭발을 일으켰다.

이번 폭발에서 보듯이 노심 내부의 압력이 워낙 높기 때문에 바닷물 투입 또한 결코 녹록지 않다. 한 미국 전문가는 이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풍선 안에 물을 집어넣으려는 과정에 비유한다.

지진과 쓰나미로 원전 내부의 각종 측정장치도 파손돼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도대체 바닷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노심을 충분히 에워싸고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장치들이 일제히 기능부전에 빠지는 바람에 일본 정부는 중성자 흡수 물질인 붕산을 넣은 바닷물을 최후의 카드로 사용하고 있지만, 원자로가 식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와 협의를 지속하던 미국 정부가 마침내 원전 전문가들을 파견하기로 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뉴욕 타임스>에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해도 조만간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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