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대지진
전력선 복구 임박, 냉각장치 가동 촉각
헬기로 물 뿌리고 지상선 살수차 투입
전력선 복구 임박, 냉각장치 가동 촉각
헬기로 물 뿌리고 지상선 살수차 투입
전세계가 17일 오전, 숨을 죽이고 <엔에이치케이>(NHK)와 <시엔엔>(CNN)의 생중계 화면을 지켜봤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각국에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 연료봉들에 대한 응급냉각작업이 방사능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감행됐다. 육상자위대는 저장 수조가 말라버린 3호기에 수송용 헬기를 이용해 물 투하 작업을 벌였고, 특수소방차를 이용해 수조에 물을 쏘아올렸다. 특히 이날 밤 발전소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이 노심 냉각장치를 복구하기 위해 외부 전기를 발전소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에 성공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전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육상자위대는 이날 오전 9시48분부터 4차례에 걸쳐 대형 수송헬기 2대를 이용해 폭발로 지붕이 무너져내린 3호기에 30t가량 물을 뿌렸다. 그럼에도 방사능 수치가 떨어지지 않자, 오후 7시35분부터는 자위대가 특수소방차를 이용해 지상에서 고압으로 수조를 향해 30t가량의 물을 쏘아올렸다. 3호기는 냉각수가 증발해 사용후 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될 위험에 처해 있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는 17일 전날까지 두차례 수소폭발이 일어났던 4호기를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며 “향후 48시간이 중대 고비”라고 밝혔다. 저장 수조가 끓어올라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사용후 연료봉이 며칠 안에 공기 중에 노출돼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쪽도 4호기 수조가 고갈됐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일본 쪽은 이날 헬기 작업에서 사용후 연료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이 차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우선은 3호기의 냉각작업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전기를 다시 끌어다 긴급냉각장치를 복구하는 방안은 이날 밤 급물살을 탔다. 도쿄전력은 발전소에서 가까운 도호쿠전력의 송전선에서 케이블을 가설하는 작업을 이날 늦게 완료하고 각 발전기의 펌프에 연결할 준비에 들어갔다.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압력제어실에 손상이 간 것으로 보이는 2호기에 가장 먼저 전기를 공급하고, 이어 1, 3, 4호기 차례로 송전선 가설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전원이 확보될 경우 노심 냉각장치를 재가동해 원자로를 식히고,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 물을 채우는 작업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원이 회복된다고 해서 바닷물이 들어간 설비가 가동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야마구치 아키라 오사카대학 교수(공학연구과)는 “제대로 작동할지 예단하긴 어렵지만, 현재로선 가장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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