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사고평가척도
체르노빌 사고 때보다 방사능 유출량 적지만
사태 장기화 가능성 인정
잠재적 위험은 더 커
한국 등 주변국 대책 시급
사태 장기화 가능성 인정
잠재적 위험은 더 커
한국 등 주변국 대책 시급
[뉴스 분석] 일 원전사고 ‘최고등급 7’ 상향 의미
일본 정부가 1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고 등급을 0~7의 8단계로 이뤄진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가운데 최고인 7로 올렸다. 1986년 4월 일어난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등급이다. 조기 사태 수습에 실패하고 ‘최악의 원전사고’로 치달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사고 등급을 ‘5’로 평가해온 일본 정부는 “넓은 범위에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영향을 끼칠 만큼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은철 서울대 교수(원자력공학)는 “일본이 사고 등급을 높인 것은 체르노빌 규모의 방사능이 유출된 것은 아니지만 사고 수습 방안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한편 다른 나라에도 대책을 세우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대기와 빗물에 이어 어류와 채소류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우리나라도 안전대책을 더욱 강화하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원전 안전점검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지금까지 밖으로 새나온 방사능의 총량은 체르노빌 사고 때의 520만 테라(테라=1조)베크렐에 견주면 10분의 1가량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유출된 여러 방사성 물질의 총량을 37만 테라베크렐로, 내각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63만 테라베크렐로 추정했다.
이는 원자로 종류가 달라 두 사고의 진행 과정이나 파급효과가 달라서다. 흑연감속로인 체르노빌 원전은 원자로를 감싼 외부 격납용기가 따로 없었다. 게다가 불에 타기 쉬운 흑연을 감속재로 쓰고 있어서 대규모 화재가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체르노빌 사고 현장에서 원전 직원과 소방관 등 203명이 피폭돼 31명이 숨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견줘 후쿠시마 원전은 물을 끓여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비등형 경수로이고, 원자로가 강철 격납용기에 싸여 있다. 핵연료가 일부 손상됐지만 아직 격납용기가 방사능 유출을 상당부분 차단하고 있다. 그동안 유출된 방사능의 대부분은 지난달 15일 격납용기와 연결된 압력제어실이 파손된 2호기에서 새나간 것으로 일본 정부는 보고 있다. 소련 정부가 열흘이 지난 뒤에야 국제사회에 사고를 알리는 등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던 데 견줘 일본 정부는 상대적으로 신속히 정보를 공개하고 오염 음식물 섭취 제한과 체계적인 주민대피 조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직 진행형이다. 게다가 체르노빌은 원자로가 1기였지만, 후쿠시마는 원자로 3기가 문제를 일으키고 사용후 핵연료도 불안정해 잠재적인 위험은 더 크다. 만에 하나 원전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피해가 체르노빌보다 커질 수도 있다. <교도통신>은 도쿄전력 관계자가 “방사능 유출이 완전히 멈추지 않는다면 유출량이 결국에는 체르노빌 수준에 이르거나 능가하는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날 전했다. 체르노빌 사고의 영향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주변 40개국에서 2065년까지 1만6000여명이 암으로 숨질 것이라고 2006년 추정한 바 있다. 앞서 1995년 세계보건기구는 체르노빌 사고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소아 및 청년의 갑상샘암이 700건쯤 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고 등급 상향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는 만큼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박군철 서울대 교수(원자력공학)는 “일본이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해 상향 조정한 것인 만큼 계속 정보를 교류하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이근영 선임기자 jeje@hani.co.kr
도쿄/정남구 특파원, 이근영 선임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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