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우치무라 주민들, 사고 두 달만에 집에 들러
10일 오전 8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약 22㎞ 떨어진 곳에 있는 가와우치무라 촌민 체육센터에 피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주민들의 표정에 설렘과 긴장이 교차했다.
이날은 후쿠시마 제1원전이 방사능 유출사고를 일으키면서 피난길에 오른 주민들이 거의 두 달 만에 집을 찾아가는 날이었다. 부랴부랴 피난을 떠나느라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한 주민들이 정부의 지시를 어기고 집에 들르는 일이 많아지자, 일본 정부가 안전 여부를 확인한 뒤 실시하기로 약속했던 일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반경 20㎞안 ‘경계구역’에 있는 가와우치무라의 54세대 92명에게 이날 처음으로 ‘일시귀가’를 허용했다. 세대당 성인 한 명만 가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지만, 혼자 움직이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촌장의 재량으로 두 명까지 허용했다.
흰색, 노란색 국화 다발을 들고 있던 요시오카 기요시(66) 부부는 “집에 가면 제일 먼저 부모님 신주를 모신 불단에 꽃을 바치고 합장을 올릴 생각”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체육센터에서 방사선 측정기를 받아들고 방호복으로 갈아입은 주민들은 미리 물을 충분히 마신 뒤 준비된 버스 다섯 대에 나눠탔다. 11시 20분, 마침내 버스가 출발했다. 주민들은 마을별로 지정된 장소에서 내려 걸어서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머물 수 있게 허용된 시간은 딱 2시간. 경계구역 밖으로 갖고 나올 수 있는 물건도 가로, 세로 각 70㎝짜리 비닐가방에 넣을 수 있는 양으로 제한됐다.
“힘든 피난생활을 견뎌주셔서 고맙습니다. 반드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촌장이 주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웠지만, 언제 또 집에 갈 수 있을 지는 아무도 기약하기 어렵다.
가와우치무라에 살던 주민 가운데는 70% 가량인 123세대가 일시귀가를 신청했다. 이날 일시귀가를 못한 신청자들은 12일 집을 방문한다. 경계구역 안에는 9개 시·정·촌에 모두 2만7000세대가 살고 있다. 그러나 일시귀가조차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이 심한 원전 반경 3㎞ 안 지역은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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