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할인해도 사는 사람 없어
학교급식선 쇠고기 메뉴 제외
유통 확인된 오염소 132마리로
일 정부 “후쿠시마산 출하정지”
학교급식선 쇠고기 메뉴 제외
유통 확인된 오염소 132마리로
일 정부 “후쿠시마산 출하정지”
“홋카이도산은 괜찮지 않을까?”
17일 오전 도쿄 고토구의 대형 슈퍼마켓 아리오 1층 정육 매장에서 한 노인이 함께 온 아내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진열대엔 ‘반값 할인’을 알리는 팻말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홋카이도, 아오모리현, 도치기현 등지에서 생산한 스테이크용 ‘와규’(육우 쇠고기)가 한 팩(300~400g)에 900엔(1만2000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노인은 들고 있던 팩을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고 자리를 떠났다.
대형 슈퍼마켓이 아침부터 와규를 반값으로 할인해 파는 코너를 설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고유종에 외국산을 교배시켜 고기소로 육성한 ‘와규’는 고급 쇠고기의 대명사다. 그게 반값에 나왔지만, 사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케다 에리(37·주부)는 “방사능에 오염된 소가 그렇게 많이 시중에 유통됐다니 불안하다”며 “아이들한테는 당분간 일본산 쇠고기를 아예 안 먹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방사능 오염소 불안이 일본을 덮치고 있다. 일본 유통업체들은 그동안 특별히 광고하려는 경우가 아니면, 일본산 쇠고기의 생산지를 따로 표시하지 않았다. ‘국내산’이란 표시가 품질을 보증한다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세슘에 오염된 쇠고기가 대량유통된 것이 확인되면서 국내산이 오히려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산지별 식별번호 안내문을 매장에 내걸기 시작했다. 아리오의 정육매장 판매원인 하나시마는 “손님들이 생산지부터 따진다”며 “불안한 탓인지 쇠고기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추적조사가 계속되면서, 유통이 확인된 오염소의 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후쿠시마현은 16일 “고리야마시, 기타카타시, 소마시의 다섯 농가에서 오염된 사료를 먹인 소 84마리가 출하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나미소마시의 6마리, 아사카와마치의 42마리를 포함해, 유통된 오염소는 모두 132마리로 늘어났다. 특히 아사카와마치의 42마리는 35개 도도부현에서 팔려, 거의 전국에 걸쳐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19일 후쿠시마현산 쇠고기의 출하정지를 공식 지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볏짚오염은 원전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미야기현 도메시에서도 확인돼, 방사능 오염 우려가 도호쿠지방에서 사육한 소 전체로 퍼지고 있다.
요코하마시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당분간 시내 시립 초등학교와 보육원의 급식에 쇠고기를 쓰지 않도록 지난 12일 지시했다. 8월 이후에도 후쿠시마·미야기현 등 7개 현의 쇠고기는 식재료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가나가와구는 급식으로 준비돼 있던 비빔밥에서 쇠고기를 일단 빼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유통업체들은 신뢰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사카와마치의 오염소 319㎏을 점포 14곳에서 판 ‘이온’은 판매 점포 입구에 판매가 이뤄진 사실을 담은 사과문을 내붙였다. 이온은 11개 현의 쇠고기에 대해 독자적인 방사능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02년 광우병 발생 이후 일본산 소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와규’를 내건 국내 고급 식당과 전문몰 등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사육해 들여온 쇠고기를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두 얼굴’의 국가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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