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 있는 에도강 하천 관리소의 ‘수도권 외곽 방수로’인 유수저장시설을 2006년 <한겨레> 취재팀이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이 시설은 축구장 2개(길이 177m, 너비 78m, 높이18m)만한 거대한 지하 터널로, 67만㎥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도쿄/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일본 홍수 어떻게 막나
태풍이 많은 일본에서는 폭우 때 강물이 범람하지 않게 일시적으로 빗물을 저장해두는 시설과 인구 밀집지역으로 갑자기 큰물이 쏠리지 않게 막아주는 슈퍼제방 등 다양한 방재시설로 홍수에 대비한다.
도쿄 오타구에서 에도가와구로 이어지는 주요 지방도인 환상7호선 지하에 뚫은 터널식 지하저수지가 대표적이다. 지하 34~43m에 있는 이 터널은 지름 12.5m, 길이 4.5㎞로, 1987년 착공해 10년 걸려 완공했다. 큰비가 내려 도쿄 도심을 가로지르는 간다강의 수위가 일정 한도를 넘으면 이곳으로 물을 끌어들였다가, 강의 수위가 내려가면 펌프를 이용해 다시 강으로 물을 빼낸다. 도쿄도 건설국은 “이 지하저수지는 시간당 50㎜ 정도의 폭우가 내려도 하류 지역이 안전할 수 있게 설계됐다”고 밝혔다.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시의 국도 16호선 지하 50m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도권 외곽 방수로’가 설치돼 있다. 지름 10m, 길이 6.33㎞의 이 지하터널도 나카강이나 구라마쓰강 등 주변의 강이 범람할 위험에 처했을 때 이곳으로 물을 끌어들여 홍수를 방지한다. 지하엔 축구장 2개 크기의 거대한 탱크도 설치돼 있다. 탱크의 수위가 높아지면 대형 펌프를 이용해 도쿄만으로 흘러가는 지바현 쪽 에도강으로 물을 빼낸다.
이런 시설물들은 홍수 피해를 확실히 줄였다. 에도강하천사무소는 수도권 외곽 방수로와 관련해 “연간 5~6차례 활용한다”며 “같은 규모의 집중호우를 놓고 비교해봤더니 완공 뒤 침수면적이 6분의 1로, 침수 피해 가구는 45분의 1로 줄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시설을 짓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 타당성 논란도 있다. 이 방수로 건설엔 2300억엔(약 3조1500억원)이 들었고, 물을 한번 저장하고 나면 청소 비용도 꽤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애초 수도권과 긴키지방의 6개 강 주변에 모두 872㎞의 홍수방지용 ‘슈퍼제방’을 건설하기로 한 바 있다. 200년에 한번 오는 대홍수에도 견디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 계획은 5.8㎞만 완공된 채, 민주당 정부에 의해 2010년 중단됐다. 10년에 한번, 20년에 한번 오는 홍수에도 아직 대비하지 못한 곳이 많은 만큼, 그쪽부터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올해 3·11 대지진 때 거대한 지진해일이 일본 동쪽 지방을 휩쓸자, 지진해일 때 강물이 불어나는 것에 대비해서라도 슈퍼제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 일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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