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동맹 강화-국가안보 강조 뒤엔 ‘중국 위협론’
당내기반 취약·지진복구 등 급선무…실행 불투명
당내기반 취약·지진복구 등 급선무…실행 불투명
“집단적 자위권을 법적으로 확실하게 용인하고, 자위대의 국제공헌(평화유지활동 파견)에 대한 항구적인 법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을 국제적으로 안전보장상의 책임을 다하는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식 참배해야 한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마쓰시타 정경숙 2년 후배인 마쓰자와 시게후미 전 가나가와현 지사가 최근 발간한 월간 <문예춘추> 10월호에서 노다 총리에게 주문한 내용이다. 한때 민주당의 차기 주자 자리를 놓고 노다와 겨루기도 했던 마쓰자와는 “(노다는) 보수 정치가로서, 나와 이념이 매우 비슷해 큰 기대를 걸어왔다”며 이렇게 주문했다.
노다 총리는 정말 그렇게 할 만한 인물인가? <산케이신문>이 지난 8일 보도한 마쓰시타 정경숙 국책연구회의 책자 내용은 매우 흥미롭다. 노다 총리가 좌장인 이 모임은 2006년 발족해 매달 한차례씩 모여 공부한 뒤 내부용으로 2009년 3월 이 책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노다가 맡아 쓴 제1장 <일본인의 역사관을 바로잡는다> 부분을 보면, 전쟁 전 일본의 죄를 단죄하는 ‘도쿄재판사관’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노다가 이끄는 내각과 민주당의 핵심엔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이 포진해 있다. 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정조회장은 마쓰시타 정경숙 8기 출신인 마에하라 세이지가 맡고 있다. 마에하라 그룹은 후루카와 모토히사 국가전략상 등 4명의 각료도 배출했다.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도 마쓰시타 정경숙(8기) 출신이다.
실제 노다가 이끄는 새 내각과 일본 민주당의 행보는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민주당은 조만간 헌법심사회 위원 명단을 제출해, 헌법 개정 논의를 가로막던 걸림돌을 제거하기로 했다. 노다 총리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의 실행을 보류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마에하라 정조회장은 7일 미국에서 한 강연에서 무기수출 3원칙과 자위대 파병 5원칙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지도부가 새삼스레 보수화된 것은 아니다. 노다 총리나, 마에하라, 겐바 등은 보수개혁세력인 일본신당을 통해 중앙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인물들이다. 노다 총리가 이미 2005년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옹호했던 것에서 보듯, 모두가 ‘지론’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외교정책을 제외하고 보면, 이들을 ‘보수’나 ‘우익’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노다 총리는 월간 <보이스> 10월호에 실은 ‘내 정치철학’이란 글에서 “지금 일본은 ‘평등’이라는 왼발을 앞으로 내딛고, 차별 시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소장은 일본 민주당의 외교정책이 보수로 흐르고 있는 데 대해 “지난해 9월 센카쿠열도 충돌사건, 3·11 대지진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미국의 협력,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일본 추월 등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위협에 맞서 미국과 더 단단히 손을 잡고, 이를 위해 국가안보를 위한 일본 자신의 책임과 구실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부터 ‘중국위협론’을 제기한 ‘대중국 강경파’ 마에하라가 차기 총리 후보로 가장 높은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다 내각이 보수적인 외교정책 노선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노다 총리의 당내 권력기반이 매우 취약한데다, 일본 국민이 해결을 바라는 당면 정책과제는 지진 복구 및 침체한 경제상황 타개인 까닭이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