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쌀에서 세슘 검출
미국쌀 주문 20배 늘고
쌀값도 20%나 올라
미국쌀 주문 20배 늘고
쌀값도 20%나 올라
주부 아오야마 아리(36·도쿄 신주쿠)는 최근 우체국을 통해 후쿠이현산 햅쌀을 내년 말까지 매달 20㎏씩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후쿠이현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서쪽으로 400㎞ 넘게 떨어진 곳에 있다. 그동안 원전 북쪽 미야기현산 ‘히토메보레’를 주로 이용해온 아오야마는 “세슘 오염 우려가 없는 지역의 쌀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연평균 60㎏의 쌀을 소비하는 일본에서 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두고 쌀 방사능 오염 불안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원전이 있는 후쿠시마현 주변 지역에서는 이미 여름부터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2010년산 묵은쌀 사재기가 일어났다. 후쿠시마현 남쪽 이바라키현 미토시에서는 지난 8월 한 여성이 장기저장이 가능한 현미를 600㎏이나 사들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외국산 쌀을 주문하는 사람도 많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치 기사에서 효고현의 쌀 가게 주인 니시라 도시카즈의 말을 인용해 “미국산 유기농쌀에 대한 온라인 주문이 지난 8월 평소의 20배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주문자 대부분은 도쿄 등 동쪽 지방 소비자들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현 이다테무라 등 토양오염이 심한 12개 시·정·촌 1만㏊에 대해 올해 벼농사를 금지했다. 그러나 오염쌀의 생산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지난 9월20일까지 16개 현 2527곳의 쌀을 수확 전에 검사한 결과 후쿠시마현 453곳 가운데 78곳의 쌀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미야기현 11곳, 이와테현 1곳, 지바현 1곳에서도 세슘이 검출됐다. 모두 유통허용 기준치(1㎏당 500베크렐)는 밑돌았지만, 9월23일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산 쌀에 대한 예비검사에선 처음으로 기준치를 넘는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다. 세슘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쌀은 주식이라, ‘장기간 먹으면 해로울 것’이라고 소비자들은 불안해한다. 전량검사를 통해 세슘 검출량을 표시하겠다는 유통업체도 일부에 그치고 있다.
쌀 오염 불안은 쌀값도 끌어올렸다.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 조사 결과를 보면, 10월3~10일 주간 쌀값은 작년에 견줘 18~20%나 올랐다. 지난해 쌀 품질이 나빠 값이 급락한 탓에 상대적 상승폭이 커진 영향도 있지만, 방사능 오염쌀이 출하제한될 경우 공급이 부족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반영돼 있다. 시가현의 한 농업법인 사장 이마이 사토시는 지난 8일치 <산케이신문>에 “외식업자들은 (값이 떨어진) 후쿠시마현산 쌀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혀, 앞으로 이로 인한 영향도 주목된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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