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둘레는 지름의 몇 배일까?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원에 내접하는 정96각형과 외접하는 정96각형을 이용해 원주율(π. 파이)이 3.141845~3.142857 사이의 값임을 밝혀냈다. 흔히 3.14로 쓰는 원주율을 그는 그때 이미 소수점 이하 6째 자리까지 계산했던 것이다. 원주율 계산은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일본의 한 회사원이 원주율을 마침내 소수점 이하 10조 자리까지 계산해냈다. 17일 <도쿄신문> 보도를 보면, 나가노현에 사는 회사원 곤도 시게루(56)는 직접 조립한 48테라바이트(TB)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에서 알게 된 미국 대학원생 알렉산더 리(23)의 계산 프로그램을 이용해 원주율 값을 소수점 아래 10조 자리까지 계산해 내는 데 성공했다.
곤도는 지난해 8월 원주율을 소수점 이하 5조 자리까지 계산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그는 두 달 뒤인 지난해 10월부터 새 계산을 시작해, 1년만에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 사이 하드디스크의 고장과 정전으로 컴퓨터는 10차례 멈춰서, 48시간 가량 가동을 못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들이 대거 멈춰서 계획정전을 예고되던 시기에는 자가발전을 해가며 계산을 계속하겠다는 각오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나가노현에서는 계획정전이 실시되지 않았다.
부인 사치코(54)는 “컴퓨터의 열 때문에 방안 온도가 40℃까지 올라 방안에 널어둔 세탁물이 빨리 말랐다”며 “하지만 전기료가 한달에 3만엔(약 45만원)이나 나와 좀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일본 표준 가정의 전기료는 한달에 7000~8000엔 가량이다. 곤도는 “기네스북에 새 기록을 올리는 데 1000유로(약 160만원)이 드는 까닭에 기록 경신을 신청할 지 고민중”이라며 “좀 쉬었다가 소수점 이하 20조 자리까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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