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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하시모토, 혁신가인가 파시스트인가

등록 2011-11-28 21:09

오사카 시장·지사 석권…일본정치의 문제적 인물
민주-자민 중심 중앙정치구도 깨나 정계 촉각
국가주의 색채…파시즘 빗대 “하시즘” 비판도
“오사카유신회와 맞서 싸우지 말라고, 총리한테 얘기해주시오.”

지역정당 오사카유신회 대표 하시모토 도루(42)가 27일 치러진 선거에서 오사카 시장에, 그의 대리인 격인 유신회 간사장 마쓰이 이치로(47)가 오사카부 지사에도 당선하자, 일본 집권 민주당의 오사카부 출신 한 국회의원이 당 간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일본 정치의 ‘문제적 인물’ 하시모토가 제2의 도시 오사카를 완전 장악하고 중앙정치 무대를 향해 움직일 태세까지 보이자, 기성 정당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정치판에서 하시모토만큼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이는 없다. 그는 지난 26일 투표 전 마지막 가두연설에서 “오사카유신회가 국회의원을 당선시켜 (오사카 행정개혁을 위한) 법률을 바꿔가겠다”며 중앙정치 무대에도 뛰어들 것임을 선언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탤런트로도 활약했던 그는 2007년12월 오사카부 지사 선거에 나서며 정치무대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2008년2월 지사에 취임하는 자리에서 오사카부의 ‘재정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오사카부와 오사카시 및 주변 시들을 합쳐 오사카도로 만들자는 행정개혁 구상을 내놓았다. 하지만 기성정당 중심의 지방의회가 자신의 구상을 받아들이지 않자, 직접 지역정당을 창당해 기존 구도를 정면에서 깨뜨려왔다. 오사카 유권자들은 기존 정당들한테서는 본 적이 없는 그의 신선한 재정·행정 개혁 구상을 적극 지지했다.

그가 지난해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한 유신회는 오사카부 의회선거에서 과반수를 차지했고, 오사카시 의회에선 제1당이 됐다. 하지만 오사카 시장이 자신의 구상에 계속 반대하자, 그는 이번에는 지사직을 전격 사퇴하고 다시 시장 선거에 나서 판을 뒤집었다. 그가 ‘기성정당과 시민의 대결’이라면서 투표참여를 호소한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60.92%로 40년 만에 60%를 넘었다. 그는 59%를 득표했다.

하시모토는 2015년 오사카도의 공식 출범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부·시의회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주민투표를 통과해야 하며, 국회에서 지방자치법을 고쳐야 하는 등 난관은 많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기세로 이를 돌파해나갈 경우 민주당-자민당 구도의 중앙정치에서 제3세력으로 성큼 떠오를 가능성도 없잖다. 이를 의식한 듯 그동안 오사카도 구상에 비판적이던 민주당 정부는 “협의 요청이 들어오면 상담에 응하겠다”(후지무리 오사무 관방장관)고 태도를 바꿨다.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곤 하나, 그의 정치철학은 매우 보수적이다. 그는 “합법적이기만 하면 도덕에 얽매이지 않고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철저한 경쟁’을 강조한다. 공립학교 공식행사에서 기미가요 제창 때 기립하지 않는 교사를 파면까지 할 수 있게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정하는 등 ‘국가주의’적 색채도 엿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연상하게 하는 그의 극장식 정치행태를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야마구치 지로 홋카이도대학원 교수는 그의 정치수법이 파시즘을 연상시킨다며 그의 이름을 섞어 ‘하시즘’이라고 명명했다. 야쿠시인 히토시 데즈카야마가쿠인대학 교수는 “그는 군대식 관료주의와 시장원리주의를 편리한 대로 갖다쓴다”고 비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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