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영진의 비리를 파헤치다 해임당한 일본 올림푸스의 마이클 우드포드(사진) 전 사장이 기존 경영진을 밀어내고 자신을 중심으로 경영진을 새로 짜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보수적인 일본 금융계의 대주주들이 비리와 타협하지 않고 투명경영을 실천하려 한 이 영국인 경영자의 손을 과연 들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드포드 전 사장은 1일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월 안으로 올림푸스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뜻을 밝혔다. 핵심 안건은 기존 경영진 해임과 자신을 중심으로 한 새 경영진의 선임이다. 우드포드 전 사장은 사장에서 해고된 뒤에도 이사직은 유지해왔으나, 이날 이사직도 사임했다.
그는 올림푸스가 2008년 과거 영국계 제약회사를 인수할 때 실체가 불분명한 두 곳의 컨설팅회사에 거액을 지불한 의혹을 파헤치다 지난 10월13일 사장직에서 전격 해임됐다. 이후 일본 당국의 조사에서 올림푸스는 1990년대 금융상품 투자에서 진 거액의 손실을 분식회계 처리해왔으며, 그 손실을 인수합병 과정에서 돈을 장만해 메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우드포드 전 사장의 주주총회 소집 요구에 5%의 지분을 가진 미국계 투자회사 사우스이스턴 애셋 매니지먼트는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임시주총은 3%의 이상의 주주가 신청하면 가능한 까닭에 주총 소집은 거의 확실해졌다. 하지만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는 데 필요한 출석주주 과반수 찬성을 우드포드가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드포드 자신의 보유주식은 1만주로, 지분율이 0.004%에 불과하다. 우드포드는 다른 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지분 대결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그에게 호의적인 외국인들의 지분율은 약 28%다. 열쇠를 쥐고 있는 일본생명보험과 미쓰비시도쿄 유에프제이은행 등 일본 금융회사 대주주들은 아직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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