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재외공관에 4만9천병…고급와인 확보 관행
지난 1월 일본 외무성은 외국으로 발령받아 떠나는 신임 외교관과 총영사들을 모아놓고 일본 전통술에 대해 교육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전통술 제조 명인을 불러 일본 술의 장점을 알리면서, “회식 자리에서 일본 술을 사용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일본 재외공관들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와인을 창고에 쌓아놓고 있는 것이 드러나 비난을 받은 직후의 일이었다. 그러나 일본 재외공관들의 와인 보유량은 여전히 엄청난 것으로 집계됐다.
10일 <산케이신문> 보도를 보면, 일본 외무성과 재외공관은 현재 약 4만9000병의 와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첫 집계한 재외공관은 모두 4만4000병을 보유해, 200여곳의 공관 한 곳당 평균 200병 넘게 와인을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무성 본청은 5000병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1000병 가량 재고를 줄였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다. 외무성과 재외공관들은 지난 4월부터 11월 사이 2만2000병의 와인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와인 보유량이 이렇게 많은 것은 접대용 고급 와인을 대량으로 확보해두던 과거의 습관에서 비롯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외공관들은 어디가 더 많이 고급 와인을 확보해두느냐를 능력의 한 척도로 여길 정도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외상을 맡았던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상은 일부 공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고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일본 대표부는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인 7896병의 와인을 보유하고 있었고, 일부 공관은 수천만원어치의 와인을 샀다가 품질이 나쁘다고 파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야당 의원들은 “지나치게 많은 와인을 보유해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외무성을 비판하고 있다. 외무성은 이와 관련한 아사노 다카히로 중의원(신당대지) 의원의 질문서에 대한 답변에서 “앞으로 보유 와인의 양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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