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텐마기지 이전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서
반대자들 막자 한밤 현청 수위실 몰래 접수
반대자들 막자 한밤 현청 수위실 몰래 접수
28일 새벽 4시 일본 오키나와현청 앞에 차량 4대가 조용히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20여명은 1개씩 상자를 들고 야간에만 드나드는 작은 문을 통해 경비원 1명이 지키고 있던 수위실로 들어가 상자를 내려놓았다. 마나베 로 오키나와 방위국장의 지휘로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로 이전하는 데 필요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기 위한 새벽 기습작전이었다.
방위성은 지난 26일부터 현청에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려고 시도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올해 안에 제출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지를 이전하는 데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현청을 포위하고 몸으로 이를 저지해 제출에 실패해왔다. 반대파 시민들은 이날 밤에도 현청에 모여 있었으나, 새벽이 되자 한 명만 경계를 세운 채 나머지는 잠을 자고 있었다.
방위성은 관공서의 올해 업무가 28일로 끝나는 까닭에, ‘연내 제출’을 강행하기 위해 이날 새벽 이러한 기습작전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이치카와 야스오 방위상은 “법령이 정한 절차를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키나와현은 이날 방위성의 서류제출 절차를 검토한 뒤 “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위성의 이런 기습작전은 오키나와 현민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전임 오키나와 방위국장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환경영향평가서 제출 시기와 관련해 “범한다고 말하고 범하느냐”고 말해, 오키나와의 여론을 들끓게 한 바 있다. 이나미네 스스무 나고시장은 “시민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제출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는 “믿을 수 없다. 오키나와 현민들이 ‘한방울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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