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린이들의 생명과 돈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14일 오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탈원전 세계회의’ 개막식에서 후쿠시마현 출신의 초등학생 도미쓰카 유리(10)는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고리야마시에 아버지를 남겨두고 어머니와 함께 요코하마시에서 방사능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는 도미쓰카는 “과학자가 되어 환경에 좋은 에너지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건강하게 살고 싶다. 절대 죽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 가장 큰 박수를 울려퍼지게 한 연설이었다.
일본의 국제교류시민단체 피스보트와 그린피스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등이 공동주최한 탈원전 세계회의가 14~15일 이틀간 요코하마시 국제평화회의장에서 열렸다. 원자력 관련 각종 강연과 영화 상영, 콘서트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된 이번 행사는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이후 처음 열린 국제회의로, 일본 각지에서 시민 1만여명이 참가했다. 시민들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정확한 상황, 방사능 피폭에 의한 인체 영향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원전이 자리잡고 있는 일본 각지의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참석해, 원전 문제를 논의했다.
세계 30여개국에서 참가한 100여명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들은 이날 행사를 끝마치기에 앞서 ‘탈원전 세계선언’을 채택하고,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에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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