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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정남 천안함 언급’ 보도, 김정남 이메일엔 없다

등록 2012-01-19 20:38수정 2012-01-19 22:41

조선일보 1월17일치 1면
조선일보 1월17일치 1면
이메일 받은 ‘도쿄신문’ 고미 요지 “들은 기억도 없어”
조선일보 “책에 천안함 관련 부분 없다” 오보 시인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41)이 일본 기자와 주고받은 전자우편에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필요로 이뤄졌다’고 밝혔다는 <조선일보> 보도는 김정남의 전자우편에 없는 내용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는 지난 17일치 기사를 통해 김정남이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편집위원과 지난 7년 동안 주고받은 전자우편 대화록을 <월간조선>이 입수했다며 이를 토대로 김정남의 발언을 전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당시 보도에서 ‘(김정남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서는 “북조선 입장에서는 서해 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핵, 선군정치 모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월간조선 기자가 작성했다. 하지만 김정남과 주고받은 전자우편과 대화 등을 토대로 19일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책을 일본에서 발간한 고미 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가 받은 이메일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내가 (김정남에게) 그런 얘기를 들은 기억도 없다”고 전면 부정했다.

이에 대해 월간조선 최병묵 편집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천안함 대목이) 책에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른 곳에서 취재한 것을 뭉뚱그려서 기사가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가진 이메일에는 천안함 부분은 없다”며 “김정남의 워딩을 취재할 수 있는 데가 있다. 이전 해놓았던 것들 중 그게 한 줄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17일 시판된 월간조선 2월호 기사에도 천안함 부분은 없다. 대신 조선일보가 보도한 천안함에 대한 김정남의 발언은 연평도에 대한 김정남 전자우편 답변과 똑같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진 이틀 뒤인 11월25일 고미 위원이 “남북 사이에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습니다. 왜 저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묻자 김정남은 “북조선은 서해 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핵, 선군정치 모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두개의 답이 똑같은 이유에 대해 최 편집장은 “김정남은 연평도와 천안함에 대한 인식이 동일하다. 같은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이날 밤 9시가 넘어 누리집(홈페이지)에 ‘바로잡습니다’를 띄워 “고미 요지 위원이 이메일을 바탕으로 펴낸 책에는 천안함 관련 부분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월간조선 쪽은 천안함 부분은 김정남 주변의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별도 취재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보도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북한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일부에서 받아들여졌기에 파문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보도 뒤 <동아일보>는 18일치 사설에서 “국내 종북좌파 세력은 북한 권력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김정남의 이런 폭로를 듣고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계속 주장할 것인가”라고 썼다.

김영희 권귀순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dora@hani.co.kr


‘김정남 책’ 무슨내용 담겼나


“북한 안정 모두에게 이득…협력할 용의
권력자 중 민생 걱정하는 사람 많지 않을 것
정상적 사고 가졌다면 3대세습 추종 못해”

김정남(41)이 일본 <도쿄신문> 고미 요지 편집위원에게 보낸 150여통의 전자우편에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 체제의 안정을 바라는 그의 마음이 짙게 배어 있다.

김정남은 2010년 11월3일 고미 위원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3대 세습에 가장 부정적이었던 아버지(김정일)가 지금 그것을 밀어붙이는 데는 그럴 수밖에 없는 내부 사정이 있다고 믿고 있다”며 “이른바 ‘백두의 혈통’(김일성 가계)만을 믿고 따르는 데 익숙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 혈통이 아닌 후계자가 등장할 경우 골치 아플 수도 있겠다”고 이해를 나타냈다. 그는 “북한의 내부 안정은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며 “(김정은의) 형으로서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어려서 서양 교육을 받았고 지금도 자유분방함이 좋다”며 “마카오에 자주 가는 것은 가족이 살고 있는 중국에서 가장 가깝고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정책을 두고서는 발언을 삼갔다. 그는 “내 상식으로는 경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개혁·개방이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북한에 개혁·개방을 주문하거나 하는 일은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썼다. 또 “북한 주민의 생활실태를 듣고 가슴이 아프다”며, 북한 권력자 가운데 민생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정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후에는 “이런 시기에 새로운 뉴스가 나오면, 북한 정부가 나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지난 1월3일 편지에서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3대 세습을 추종할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김정은이 권력을 잘 승계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고미 위원은 “2004년 베이징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김씨가 그 뒤 전자우편을 보내왔다”며 “곧 연락이 끊겼으나 김정은이 북한의 후계자로 정해진 뒤인 2010년 10월 김씨가 다시 연락을 해와 전자우편 취재가 이어졌다”고 둘의 인연을 설명했다. 그는 “김씨가 편지 내용은 2011년 10월10일 이후에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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