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 요지 ‘도쿄신문’ 편집위원
고미 요지 ‘도쿄신문’ 편집위원
“김정남의 국제경험이 북에 도움될 것”
북 개혁개방 강조해도 군부 문제 등엔 입닫아
“김정남의 국제경험이 북에 도움될 것”
북 개혁개방 강조해도 군부 문제 등엔 입닫아
“그의 지식과 국제적인 활동경험은 북한에도 적잖이 도움이 될 것이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41)과 주고받은 150여통의 전자우편 내용과 그와의 인연을 다룬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책을 최근 일본에서 출간한 고미 요지(사진) <도쿄신문> 편집위원은 24일 “김정남은 매우 지적인 사람”이라며 “김정남의 존재가 평양에 알려지고 그가 북한을 위해 뭔가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미 위원은 이날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남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겠다는 바람에서 나를 만나고 전자우편을 주고받았다”며 김정남이 그 과정에서 ‘3대 세습에 반대한다’, ‘북한에는 개혁 개방이 필요하다’, ‘북한 지도부는 주민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정책의 중심을 둬야 한다’는 세 가지를 가장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현 북한 지도부와 자신과의 관계, 북한 군부와 핵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고 고미 위원은 밝혔다.
그는 “이번 책 출간 시기에 대해서 김씨가 ‘시기가 이르다’며 반대했다”며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관심이 높아진 지금 책을 내는 것이 좋겠다는 내 판단에 대해 그는 비난하지 않고, ‘어쩔 수 없다면 이것으로 이야기를 끝내자’고 부드러운 태도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정남이 하는 일에 대해 고미 위원은 “김씨가 ‘나는 투자를 하고 있다, 돈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남의 북한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1995년부터 중국 베이징에 살기 시작해 북한 국내엔 지지 그룹이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국이 언젠가 정치적으로 이용가능한 카드로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고미 위원은 지난해 5월 김정남의 연락으로 베이징의 바에서 만나 술을 마셨다며 “(김정남이) ‘북한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비관적으로 말하면서, 위스키를 매우 빠른 속도로 많이 마셨다”고 전했다. 그는 전자우편을 주고받은 사람이 진짜 김정남이라고 확신하는 근거를 묻는 질문에 “만나서 한 이야기와 전자우편 내용에 일관성이 있고, 김정남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고미 위원은 최근 <조선일보>가 “김정남이 천안함 공격은 북한이 필요해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천안함 사건에 대해선 (인터뷰나 전자우편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책 출판과 관련해 “북한 정부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걱정한다는 얘기를 몇 명에게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책 출간이 김정남의 신변에 해가 되지는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를 위험에 처하게 할 만한 내용은 없다”며 “그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커질수록 누군가가 그를 해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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