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역수지 추이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를 냈다. 동일본 대지진 및 타이 부품공장 홍수로 인한 부품조달 차질과 엔화 강세로 수출은 줄어든 반면,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화력발전용 에너지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런 단기적인 요인 외에도 ‘수출 일본’의 힘이 뚜렷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재무성은 25일 지난해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가 2조4927억엔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제2차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석유수입액이 급증하고 수출은 급감했던 1980년 이후 31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수출은 65조5547억엔으로 2010년보다 2.7% 줄었다. 자동차 수출이 10.6% 감소하며 수출 부진을 이끌었다. 반면 수입은 68조474억엔으로 2010년보다 12.0%나 늘었다. 화력발전용 액화천연가스 수입액이 37.5%나 늘었고, 원유 수입액도 21.3%나 늘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24일 기자회견에서 “무역수지 적자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고 밝혔다. 적자 규모가 크지 않아, 일시적인 수출감소 요인만 해소되면 흑자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앞으로 과거와 같은 안정적인 무역흑자 기조를 유지해나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수출입국 모델’이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이전부터 변곡점에 이르러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과잉소비가 일본의 수출을 지탱하는 구조가 무너지고, 엔화 강세를 피해 일본 기업들이 국외로 생산거점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동일본 대지진과 앞으로 일본에서 큰 지진이 또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은 기업 생산거점의 국외 이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5년 4월 “앞으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점차 감소하면서 2030년께 적자로 돌아서고, 대신 국외투자에 따른 배당·이자소득 증가로 소득수지 흑자폭이 커져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무역수지 적자 시대는 당시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는 반면 소득수지의 개선은 앞날이 불확실해져 있다. 일본의 소득수지 흑자 규모는 2007년 16조3000억엔까지 늘었다가 이후 줄어들어 2010년엔 11조3700억엔으로 줄어들었다. ㈜일본총합연구소는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다시 늘어나 경상수지 흑자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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