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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부러진 화살’ 과 똑닮은 일본 영화 다시 화제

등록 2012-01-31 10:46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 2007년 흥행 1위
‘치한’ 몰린 영화 주인공도 실제 실형 받아
 한국의 형사재판 실태를 통렬히 비판한 영화 <부러진 화살>이 2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으는 등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5년 전 일본 영화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회사 면접에 가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치한으로 몰려 체포돼 기소된 프리터 가네코 뎃페이의 재판과정을 그린 영화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는 재판관이 예단을 가지고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하는 등 일그러진 사법부의 재판 실태에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여러가지 면에서 <부러진 화살>과 흡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타협을 일체 거부하고 법대로 원칙으로 일관하는 주인공의 모습조차 흡사하다.

 유죄판결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일본형사 재판 실태 등을 비판적으로 그린 <그래도…>는 2007년 1월 개봉된 이후 <부러진 화살>이 그랬던 것처럼 큰 사회적 파장을 낳으며 그해 일본영화 흥행성적 1위(11억엔)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셀 위 댄스>를 만든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무고사건 등을 5년간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만든 10년만의 역작이다. 영화 자체가 법정장면을 치밀하고 리얼하게 묘사한 데다 일본에서 다반사로 벌어지는 지하철 치한사건이라는 대중적 소재라는 점 때문인지 영화잡지인 <시네마준포>의 2007년 베스트 1위와 흥행대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주인공 뎃페이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유치장에서 당직변호사에게 자신은 결벽하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변호사는 “형사사건의 99.9%는 유죄판결이 나기 때문에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그게 일본의 현실”이라며 피해자와 합의를 종용한다.

 그러나 뎃페이는 <부러진 화살>의 김교수처럼 불굴의 사나이였다. 다행히 재판장은 무죄판결을 두건이나 낸 양심적인 판사로 뎃페이의 주장을 경청하는 등 가능한 객관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재판장은 돌연 교체된다. 이에 대해 영화는 방청하러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본 사법부의 일방통행을 비판한다.

 “검찰과 경찰이 주장하는 유죄를 무죄라고 판결하는 것은 국가권력을 부정하는 것과 같으니 전근을 가게 된 것이다.”

 이 재판장은 영화속에서 후배 판사들에게 “재판관의 최대 사명은 무고한 사람을 벌하지 않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 영화의 메시지이기도 한다.

 양심적인 판사에 이어 재판을 맡은 판사는 <부러진 판사>에 등장한 문성근과 비슷한 인물. 권위적인데다 객관적 정황과 증거 채택을 거부한다. 뎃페이가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도저히 치한 행위를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증명하는데도 이를 주요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 이후 7개월만에 어렵게 법정에 나와서 뎃페이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여자증인의 증언도 무시해 유죄판결을 내린다. 치한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괘씸죄가 적용됐다고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판결은 일본에서도 사법적 현실로 나타난다. 수오 감독은 영화개봉 2주 뒤 영화의 실제 모델이 1심판결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데 대해 그의 부인에게 “내 영화가 재판관의 심증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르겠다”고 사죄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2008년 유죄가 확정됐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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