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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5월5일 오전 11시, 일본 모든 원전이 멈춘다

등록 2012-05-01 20:53수정 2012-05-01 22:45

텐트농성의 승리…유일하게 가동 ‘도마리 3호’도 중단
전력부족 여부 의견 갈려…시민단체 “재가동 안돼”
지난해 9월11일, 한 무리의 노인들이 도쿄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의 경제산업성 청사 옆 빈터에 대형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날은 3·11 동일본대지진의 해일에 휩싸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방사능 대량유출 사고를 일으킨 지 6개월을 맞는 날이었다. 그날 이후 이곳은 일본 탈원전 운동의 상징적 장소가 됐다.

지난 4월17일부터 농성 참가자들은 새로운 운동에 돌입했다. ‘일본의 모든 원전이 서는 날’을 목표로, 릴레이 단식에 들어간 것이다. 이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후쿠이현 오이원전 3, 4호기의 재가동 추진을 보류한 가운데, 유일하게 가동중인 홋카이도의 도마리 3호기가 5월5일 오전 11시 정기점검을 받기 위해 운전을 멈춘다. 일본에서 상업용 원자로가 한 기도 가동되지 않는 것은 일본의 첫 원전인 도카이 1호기가 정기점검을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간 1969년 8월 이후 43년 만의 일이다.

전력업계와 일본 정부는 ‘전력대란’을 내세워 원전 재가동을 서둘렀지만, ‘안전 조처’를 우선하는 여론을 이기지 못했다. 시민단체 ‘경산성 앞 텐트광장’은 어린이날이기도 한 이날을 “탈원전 운동의 위대한 기념일”로 선포하기로 했다.

도쿄전력이 최근 폐업한 후쿠시마 1원전의 1~4호기를 포함하면, 일본 원전 54기의 발전 출력은 4884만㎾다. 모두 가동할 경우 일본 최대 전력 수요의 3분의 1을 충당할 수 있는 정도다. 지난해엔 6월 현재 19기(1758만㎾)가 가동중이었으나 올해는 그것들도 모두 멈춰선다. 그렇다면, “일본의 원전이 모두 멈춰도 나머지 발전설비로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반원전운동가들의 주장은 들어맞을까?

오키나와를 제외한 9개 지역 전력회사가 추정한 올여름 전력 수급 사정을 보면,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는 도쿄전력은 올해 공급능력이 수요를 4.5%가량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엔 대규모 수요자에게 전력사용 제한령을 내렸지만 올해는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는 화력발전 설비를 총동원하고, 7%가량의 적극적인 ‘절전’을 고려한 예상치다. 환경성은 여름철에 옷을 간소하게 입는 ‘쿨비즈’를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1일부터 시작했다. 다음달부터는 하와이안 셔츠까지 허용하는 ‘슈퍼 쿨비즈’를 시작한다. 관공서와 철도회사, 일반 가정의 자발적인 절전형 조명기구 교체도 지난해 이후 계속돼왔다.

전력회사 3곳의 관할 지역은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사카·교토 등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간사이전력은 2010년 여름 최대 전력수요 때에 견줘 16.3%, 규슈전력은 3.7%, 홋카이도전력은 3.1%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간사이전력은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대에 전력을 공급받지 않기로 하는 대규모 수요자에게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를 올해는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오사카부는 전력 수급이 심각한 시간대에는 청사의 문을 닫는 등 근무시간을 큰 폭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간사이전력 관내에 심각한 전력 부족이 일어날 경우 “계획정전이나 전력수급 제한령 발령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반원전 전문가들은 올해 간사이전력의 전력 수급 전망에 ‘나쁜 계산’이 담겨 있다고 지적한다. 간사이전력은 올해 최대 전력 수요를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웠던 2010년(3095만㎾)보다 약간 적고, 지난해(2784만㎾)보다는 246만㎾ 많은 3030만㎾로 예상했다. 환경운동가 히로세 다카시는 이에 대해 “간사이전력이 원전의 재가동을 추진하기 위해, 오이원전 3·4호기의 생산량(236만㎾) 수준으로 전력 수요를 근거 없이 늘려 잡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원전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탈원전 계획’을 분명히 밝히기 전에는 원전 재가동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더욱 굳히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이 원전의 재가동 추진 노력이 좌절된 뒤, 원전 재가동 계획을 더는 내놓지 않고 있다. ‘원전 올스톱’ 상황이 길어지고 그로 인한 불편과 경제적 손실이 현실화돼 재가동 찬성 여론이 커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 엿보인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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