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자회사 하청업체 임원
“방사선 측정기 납판으로 덮어라”
거부한 노동자엔 작업제외 보복
“방사선 측정기 납판으로 덮어라”
거부한 노동자엔 작업제외 보복
일본 도쿄전력 자회사의 한 하청업체 임원이 방사능 유출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일하던 작업원들의 방사선 측정기에 납판으로 만든 덮개를 씌우도록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선량계를 납으로 덮으면 방사선 수치가 10분의 1 정도로 떨어진다. 고선량을 무릅쓰고 작업을 강행하게 하려했던 이 조처는 ‘원전노예’로까지 불리는 원전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일본 후생성은 노동안전위생법 위반 혐의로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2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의 보도를 보면, 도쿄전력 자회사 도쿄에네시스의 하청업체인 빌드의 한 임원은 지난해 12월1일 원전 노동자 12명에게 납판을 건네면서 소형 방사선 선량계를 덮으라고 지시했다.
노동자들은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부근에서 오염수 처리 시스템의 호스를 보온재로 덮는 작업을 맡았다. 12명의 노동자 가운데 3명은 납판 덮개를 씌우는 것을 거부했다. 회사 임원은 이들을 작업에서 제외했다. 다른 노동자들은 약 3시간 가량 자재 운반 작업을 했다.
업체 임원은 이튿날 한 여관에서 지시를 거부한 근로자 3명을 강한 어조로 설득했고, 이 때 한 노동자가 대화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해 두었다가 <아사히신문>에 제공함으로써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이 임원은 “현장에 처음 갔을 때 선량계의 경고음에 놀라 그렇게 했다”며 “납판 덮개를 씌우게 한 것은 한 번 뿐이었고, 사용한 뒤에는 쓰레기장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당시 납판 덮개를 사용한 한 노동자도 “현장의 방사선량이 그리 높지 않아 한번만 쓰고 버렸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후생노동성은 노동안전위생법 위반 혐의로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에 조사원을 파견해 노동자 신원과 피폭기록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며, 피폭량 조작이 상시적으로 이뤄졌는지 실태파악을 서두르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통영 실종 초등생 엿새만에 숨진채 발견…40대 피의자 검거
■ “주민번호 1만원에…” 아이돌 개인정보 거래 ‘발칵’
■ 여름에 몹쓸 새 전투복 ‘땀 배출·통풍’ 꽝
■ 소총 260발, 몸속 폭발 작살포…고래사냥 잔혹사
■ [화보] 누가 이 아이들 옷을 벗겼나
■ 통영 실종 초등생 엿새만에 숨진채 발견…40대 피의자 검거
■ “주민번호 1만원에…” 아이돌 개인정보 거래 ‘발칵’
■ 여름에 몹쓸 새 전투복 ‘땀 배출·통풍’ 꽝
■ 소총 260발, 몸속 폭발 작살포…고래사냥 잔혹사
■ [화보] 누가 이 아이들 옷을 벗겼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