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억울한 누명 벗어
1997년 3월 도쿄 시부야구의 한 아파트에서 도쿄전력에 근무하던 여성(당시 39살)이 살해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아파트 옆 건물에 살던 네팔인 불법체류자 마이너리(당시 33살)를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마이너리는 줄곧 무죄를 주장했지만, 그는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15년 반이 지난 7일 도쿄고등법원은 재심 재판에서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곧바로 상소권을 포기해 마이너리의 무죄는 최종 확정됐다. “나한테 유리한 증거는 빼고, 불리한 증거들만 검토했습니다.” 마이너리는 일본 경찰과 검찰을 강력히 비판했다.
경찰과 검찰은 낮에 회사에 다니면서 밤에는 매춘을 하던 이 여성의 방에서 발견된 마이너리의 체액이 든 콘돔 등을 유력한 증거로 제시했다. 마이너리가 이 여성과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던 점도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마이너리는 1심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결국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재판 결과에 대해 일본 사회에서는 의문이 계속 제기됐다. 결국 일본국민구원회라는 단체가 2005년 그의 재심을 지원하고 나섰고, 일본변호사협회도 2006년 ‘억울한 사건’으로 판정하고 전문가를 파견해 그의 재심청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재심청구를 위한 심리 과정에서 그에게 유리한 새 증거들이 속속 나왔다. 살해당한 여성의 몸에서 채취한 체액이 유전자 검사 결과 다른 남성의 것으로 확인됐고,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도 이 남성의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6월7일 마이너리에 대한 형 집행을 정지하고 재심을 결정했다.
재심 결과 무죄가 확정됐다는 소식을 네팔에서 들은 마이너리는 경찰과 검찰이 수사 및 공판 과정을 반성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들은) 나와 네팔인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경시청은 20명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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