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중의원 480석중 294석
우익 신당 일본유신회 54석
민주당 57석 ‘힘없는 야당’ 전락
우익 신당 일본유신회 54석
민주당 57석 ‘힘없는 야당’ 전락
16일 치러진 총선 결과 일본 중의원이 우파 일색으로 채워졌다. 전체 480석 가운데 자민당이 3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얻었고, 우익 신당 일본유신회가 54석을 얻어 민주당에 버금가는 세력으로 부상했다. 중도보수의 집권 민주당은 57석의 힘없는 야당으로 전락하고 역사가 깊은 진보진영의 사민당은 2석으로 당의 존립마저 위협받게 됐다.
일본 정치권이 우파 일색으로 채워진 것은 전후 처음이다. 자민당 일당체제면서도 총보수 대 총진보의 비율이 1:0.5라 ‘1.5체제’라고 불렸던 1955년 이후 2009년까지 일본 정치구도와 비교하면, 역사적인 변화다. ‘애국주의’에 뿌리를 둔 우파 정치세력이 공약한 정책을 밀고나갈 경우, 한국·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과 갈등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자민당을 신임했다기보다는 잘못된 민주당 정치를 심판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새 총리가 될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내린 이런 평가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3년여간 집권한 민주당에 실망한 상당수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투표율은 59.32%로 2009년 총선보다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이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최저치다. 민주당이 분열해 미래의 당이 독자 후보를 내고 일본유신회 등 제3세력도 대거 후보를 내면서 선거구당 1명을 뽑는 지역구에서 자민당은 43.1%를 득표하고도 300석 가운데 79%에 이르는 237석을 얻었다. 지지율이 가장 높은 정당에 의석이 집중되는 현상은 2005년 고미즈이 준이치로 총리 시절의 이른바 ‘우정선거’(자민당 296석), 민주당이 308석을 얻어 압승한 2009년 선거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애국주의’ 색채가 짙은 우익 신당 일본유신회(대표 이시하라 신타로)가 선거 전 11석에서 54석으로, 다함께 당이 8석에서 18석으로 의석을 늘린 것은 ‘일본 정치권이 뚜렷하게 우경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유신회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지역정당 오사카유신회를 모태로 성장해, 이번에 극우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와 손을 잡고 중앙 정치에 무시 못 할 세력으로 진입했다. 이시하라 대표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일본이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 다함께 당의 선전, 이번 총선에서 일본유신회의 부상에 대해 일본의 전문가들은 기성 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제3세력에 대한 기대로 표출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본유신회는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지지율이 20.4%로 자민당(27.6%)에 이은 2위였다.
아베 총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총리 자격으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며, 영토문제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중국을 크게 자극할 만한 사안들이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은 이번 선거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있으며, 일본이 나아가는 방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를 부정하는 것이고, 영유권 귀속을 바꾸려는 것은 전후 질서의 기초를 뒤흔드는 것이며, 평화헌법 개정은 아시아 평화안정에 충격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안에서도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담화’의 당사자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 등이 일본의 우경화가 일본의 장래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도쿄 베이징/정남구 박민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