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공조 훼손” 비판도 일본에 걸림돌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사상 첫 북-일 정상회담을 열었고, 국교정상화 교섭을 시작한다는 평양선언을 발표했다. 일본인 납치에 대해 김 국방위원장의 사과를 직접 받고, 2004년 5월 2차 방북 땐 납치 피해자 5명을 데리고 귀국했다.
11년이 지난 지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처럼 획기적으로 북-일 관계의 새 장을 다시 열 수 있을까?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 해결에 필요하다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기대는 크지 않다. 북한과 일본의 생각이 크게 다르고, 주변 여건도 호의적이지 않은 까닭이다.
사실상 아베 총리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 참여는 15일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 담당 비서를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방북 이튿날 고위급 인사를 만난 것을 보면, 북한 쪽도 적극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본부 건물 및 토지 경매 문제를 풀고, 일본은 납치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성과다. 하지만 더 나가기엔 장애물이 많다.
일본은 북한에 남겨진 일본인 유골 수습, 이른바 ‘귀국사업’(재일동포 북송) 과정에서 북한에 간 일본인 처의 귀환, 요도호 납치범 송환과 함께 납치문제 해결이 북한과 관련한 당면 과제다. 그러나 북한으로선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으로 이어질 국교정상화 교섭까지 나가지 못한다면 정상회담까지 할 이유가 없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개인 명의의 글에서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우리 인민이 당한 정신적, 인적, 물적 피해는 동서고금 어디에도 비길 수 없는 최대최악의 것이었다”며, 일본은 “국가적 범죄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을 해야 했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서서 납치문제에 대해 직접 사과까지 했는데도 일본이 판을 깼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납치문제를 둘러싼 협의를 본격 재개하기에 앞서 그에 걸맞은 대가나 담보를 일본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대북 강경 노선을 주도하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해, 두번이나 총리 자리에 오른 아베 총리로서는 부담이 큰 부분이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한국, 미국, 중국이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외부 여건도 일본이 대북 관계에서 획기적 전환을 하기 어렵게 한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이지마 내각관방 참여의 방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일본의 보수세력 사이에서도 ‘공조를 흐트러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이지마 참여의 방북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성과가 나쁘면, 이지마 참여가 ‘내가 주도해 방북했다’고 하는 식으로 비판의 불씨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박근혜 정부, 공약 뒤집고 ‘철도 민영화’ 추진
■ 채널A “광주폭동 때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
■ 죽음 부르는 ‘진드기’ 정체와 대처법은
■ 며느리 친언니를 친구가 성폭행하게 도운 시아버지
■ [화보] 용산 미군 기지에 웬 일본군 기념비가…
■ 박근혜 정부, 공약 뒤집고 ‘철도 민영화’ 추진
■ 채널A “광주폭동 때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
■ 죽음 부르는 ‘진드기’ 정체와 대처법은
■ 며느리 친언니를 친구가 성폭행하게 도운 시아버지
■ [화보] 용산 미군 기지에 웬 일본군 기념비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